[프라임경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며 '8000피'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코스닥 시장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분위기다. 인공지능(AI)·반도체 중심의 대형주 랠리가 이어지는 사이 바이오 업종 부진과 자금 이탈이 겹치며 코스닥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코스피가 반도체 랠리에 힘입어 '8000피'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코스닥 시장은 바이오 업종 부진과 자금 이탈이 겹치며 상반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 챗GPT 생성 이미지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2일 4309.63에서 지난 11일 7822.24까지 오르며 약 81.5% 상승했다.
반면 코스닥은 같은 기간 945.57에서 1207.34로 27.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코스닥은 지난달 27일 1226.18로 연고점을 기록한 이후 다시 1170선대로 밀려난 상태다.
◆ AI 랠리 중심 된 코스피…커지는 코스닥 소외감
거래대금 역시 코스피로 빠르게 쏠리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49조2890억원으로 지난달(29조5507억원) 대비 66.8% 급증했다. 반면 코스닥은 같은 기간 14조794억원에서 17조1955억원으로 2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에서는 AI 반도체 중심의 실적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실적 가시성이 높은 대형주로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이끌면서 ETF를 통한 패시브 자금 유입 역시 코스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중소형 성장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수급 소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코스닥은 핵심 업종인 제약·바이오 업종 투자심리가 흔들리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로열티 쇼크와 공시 논란, 임상 결과 실망감 등 개별 악재가 잇따르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냉각되는 분위기다.
알테오젠은 키트루다SC 로열티가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평가에 급락했고, 삼천당제약은 계약 신뢰성과 공시 논란이 불거지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미국 자회사 임상 결과 실망감에 급락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노사 갈등에 따른 생산 안정성 우려가 제기되며 업종 전반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바이오 업종 부진이 단순 실적 문제가 아니라 신뢰 훼손 이슈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오 업종 특성상 장기간 연구개발과 지속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한 만큼 금리 인하 기대 약화와 조달 부담 확대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탈코스닥'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개인 투자자들은 KODEX 코스닥150과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각각 6800억원, 61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반면 KODEX200과 TIGER200 등 코스피 ETF에는 자금이 유입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초대형 반도체주가 주도하는 장세"라며 "ETF 시장 확대와 함께 대형주 중심으로 가격 변동이 과격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닥 핵심 업종인 제약·바이오 업종의 투자심리가 흔들리며 코스피 대비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 챗GPT 생성 이미지
◆ 우량주 이탈 현실화…코스닥 개편 나섰지만 신뢰 회복은 '과제'
우량기업 이탈 움직임도 시장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 기업 알테오젠이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하자 벤처기업협회·코스닥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이날 공개 호소문을 내고 "우량기업이 시장에 남아 혁신 생태계를 함께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협회는 "코스닥은 단순한 자금조달 시장이 아니라 혁신·벤처기업이 도약하는 플랫폼"이라며 "선도기업이 시장에 남아 성장할 때 투자자 신뢰와 후속 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유입이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우량기업 이탈이 이어질 경우 시장 투자 매력과 신뢰 기반이 약화되면서 혁신 생태계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성장하면 결국 코스피로 떠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코스닥 시장 정체성과 투자 매력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승강제 도입과 프리미엄 시장 신설, 국민성장펀드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우량 기업 중심의 시장 재편과 기관 자금 유입 확대가 목표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시장 내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단순한 제도 개편만으로는 코스닥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되살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은 정책 구체화까지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현 시점에서의 본격적인 접근은 다소 이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결국 제도 개편보다 시장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은 AI·반도체 중심의 실적 가시성이 높은 종목으로 자금이 쏠리는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코스닥은 바이오 업종 신뢰 훼손과 개인 자금 이탈, 우량기업 이전 흐름까지 겹치며 상대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승강제나 프리미엄 시장 신설 등 제도 개편도 중요하지만 결국 자금은 신뢰와 성장성을 따라 움직인다"며 "코스닥 시장 전반의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와 신뢰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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