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의 방중 … 트럼프가 마주할 더 강력해지고 자신감이 넘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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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의 방중 … 트럼프가 마주할 더 강력해지고 자신감이 넘치는 중국

BBC News 코리아 2026-05-13 13:46: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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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밖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나란히 서 있는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Getty Images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7년 중국을 마지막으로 방문했다

이번 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중국을 방문했던 2017년을 떠올릴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금성에서의 만찬을 비롯해 그 어떤 미국 대통령도 경험하지 못했던 수준의 환대를 받았다.

이번 주에도 중국 최고 지도부의 생활 및 업무 공간이자 베이징시 중심부에 자리한 비밀 구역인 중난하이 방문 등 못지않은 성대한 환영 행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두 정상은 새로운 긴장 요소로 떠오른 이란 문제를 비롯해 무역, 기술, 대만 문제 등 이번에도 쉽지 않은 여러 의제를 다루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때와 비교해 달라진 점도 많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마주할 중국은 그때보다 더 강력해졌고, 자신감도 커졌다. 전례 없는 3연임에 들어선 시 주석은 재생에너지, 로봇 공학, 인공지능(AI)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새로운 생산 동력" 구축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만약 미국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지난 10년간 중국이 추구해 온 미래상을 직접 엿보고 싶다면, 이번 방문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베이징 중심부를 넘어 더 넓은 지역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외지고 험준한 북부 지역에는 이제 태양광과 풍력 발전 시설이 광활한 풍경을 지배하고 있다. 산업이 발달한 남부에서는 자동화가 공장과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으며, 충칭과 같은 대도시에는 인플루언서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충칭은 원래 중국 남서부 깊숙한 곳에 위치한 삭막한 제조업 중심지였다. 그러나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신기술과 새로운 무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트렌디한 이미지로, 전 세계에 더 가깝게 다가가려는 중국의 변화를 상징하는 중심지로 떠올랐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미-중 관계 담당 선임 연구원인 알리 와인은 2017년만 하더라도 중국은 자신들이 미국과 대등한 위치임을 강조하고자 애썼다고 말한다.

"당시 중국은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학적으로 동등한 위치에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고자 엄청난 외교적 노력을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 측에서 그러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와인 연구원은 미국은 이제 중국을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인정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틀림없이 "미국 역사상 맞닥뜨린 가장 강력한 경쟁자"라고 표현했다.

'미국 우선주의' 대 중국의 장기 전략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지금까지 상대해 온 외국 정상 중 가장 변덕스러운 인물일지도 모른다.

중국에서는 그를 '촨지앙궈'라고 부른다. 트럼프의 중국식 이름인 '촨푸'와 '건국(지앙궈)'을 합친 말로, 트럼프가 결과적으로는 중국의 발전을 도왔다는 뜻이다. 중국 온라인 공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인 정책과 무역 전쟁이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약화시키며 중국의 부상에 도움이 됐다는 주장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충칭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는 한 중년 남성은 "그는 자신이 벌인 일의 결과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우리가 같은 세상에 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여기는 지구촌이다. 항상 미국만을 우선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충칭의 유명한 네온사인 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스카이라인을 감상하고자 몰린 관광객들 사이에 서 있던 그는 자신의 이름은 밝히고 싶지 않아 했다.

네온사인으로 환하게 빛나는 충칭의 고층 빌딩들
BBC
충칭의 유명한 네온사인 풍경

해가 지고 세계의 '사이버펑크 수도' 충칭의 불빛이 빛나는 가운데 그는 중국은 수십 년 동안 미래지향적인 전략을 구사해왔다"고 했다.

충칭은 위로 쌓아 올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기에 산을 깎아 확장해 온 도시이다. 그 때문에 도로는 가파른 산비탈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고, 지하철은 지하를 달리다가도 또 층층이 쌓인 건물 사이를 지나다닌다.

이 모든 것이 겹치면서 여행 전문가들은 충칭을 중국의 "8차원 도시"라고 부른다.

위쪽에 자리 잡은 관광객들처럼, 아래쪽 배에 탄 방문객들도 양쯔강 위로 솟아오른 수직적인 풍경을 선명한 파란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한 폭의 사진 속에 담아내고자 애쓰고 있었다.

이 도시는 여러 면에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자국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는 동시에 해외 관광객들의 무비자 입국도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관광객 약 200만 명이 베이징, 상하이와 함께 충칭을 꼭 방문해야 할 도시 중 하나로 꼽았다.

하지만 충칭의 눈부신 성장에는 대가가 따랐다. 지금의 도시를 만들기까지 현대사에서도 손에 꼽는 대규모의 장기적인 도시 개발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그 결과 인구 3000만 명이 넘는 충칭 지방정부는 현재까지도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더해 침체된 경제와 흔들리는 부동산 시장도 부담 요소다.

도시의 미래지향적인 스카이라인 너머에는 하루 몇 달러를 벌고자 택배상자를 분류하거나 과일과 채소를 파는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오래된 동네들도 자리한다.

집값 하락, 실업률 상승, 저조한 소비로 몸살을 앓던 중국 경제는 트럼프의 관세와 현재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추가적인 압박에 시달린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중국 공산당의 권위주의적 통치는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 많은 중국인들이 정치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트럼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이름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다만 중동 위기로 인한 세계 경제 침체로 투자 손실을 보았다는 한 네일 전문가는 "트럼프에게 그만 휘젓고 다니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여전히 일부 청년들은 미국을 자유와 기회의 상징으로 여긴다.

충칭에서 친구와 휴가를 보내고 있다는 한 패션학과 학생은 "미국을 생각하면 자유가 떠오르고, 그곳에서는 자신의 개성을 찾고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미국은 창의력과 지혜가 넘치는 나라입니다. 많은 중국 청년들이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두 초강대국 간 긴장이 고조되며 이러한 꿈은 더욱 불확실해졌다. 다만 오히려 중국 엔지니어들이 국내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경쟁: 로봇에서 전기차까지

충칭의 여러 새로운 상업 중심지 중 한 곳에 자리한 2층 규모의 플래그십 연구소에는 견학을 온 유치원생들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수조 속 로봇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을 보며 깔깔댔다.

그 옆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쿵후 무술 동작이나 재미있는 춤 동작을 선보이고 있었다. 아이들이 서로 BBC 카메라 앞에 서서 뽐내겠다며 몰려드는 사이, 한 선생님은 영어로 '이 로봇은 춤을 출 수 있어요!'라고 말해보라며 영어 연습을 시키고 있었다.

중국은 이미 공장 내 산업용 로봇이 가장 많은 국가로, 베이징 정부는 올해에만 로봇 산업에 약 40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러한 투자 흐름의 중심에 있는 충칭은 중국 서부의 실리콘 밸리가 되고자 한다.

다만 충칭은 물론 중국 전역의 로봇 산업은 미국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로봇에는 빠르게 작동하는 뇌가 필요하다. 중국이 미국 기업 '엔비디아'로부터 고성능 AI 칩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문제는 이번 주 회담에서 난제가 될 수 있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공급을 차단함으로써 중국의 AI 및 로봇 기술 발전을 억제하고자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정책을 완화했다. 지난해에는 엔비디아가 가장 최첨단 칩을 제외한 일부 첨단 칩을 중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처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고 있지만, AI의 부상으로 더 시급한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벙커에 숨어 노트북 한 대만으로도 국가의 의료시스템을 해킹하거나 핵무기 발사 코드를 알아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두 강대국의 정상이 경쟁보다는 더 큰 공동의 이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네발 로봇의 공연을 보는 아이들
BBC
중국은 공장 내 산업용 로봇 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이번 두 정상이 다룰 여러 의제의 기반은 결국 경쟁이다. 중국은 이미 대미 무역 의존도를 줄이고자 노력해왔다.

중국의 대미 무역은 지난 몇 년간 약 20% 감소했으며, 현재 미국은 동남아시아, 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의 3번째 교역 상대국으로 내려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성대한 환대를 받았으나,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했고, 베이징은 교훈을 얻었다.

트럼프가 2024년 미 대선에서 선두주자로 부상하자 중국 관리들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워싱턴의 여러 싱크탱크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제재하겠다고 경고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지난해 미국이 관세를 발표했을 때, 중국은 물러서지 않은 유일한 국가였다.

아슬아슬한 현재의 무역 휴전이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보다 실질적인 합의로 이어질지는 이번 주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다만 지난해를 거치며, 중국은 분명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충칭 소재 전기차 판매업체 '사히유'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루시아 첸은 "우리는 미국 시장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했다.

충칭은 중국의 이러한 기술 자립의 한가운데 있는 도시다. 자동차 제조를 선도하는 중심지로서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약 50억달러가 투입된 충칭-중앙아시아 직통 철도 건설을 추진해왔고, 첸은 이 철도망 덕에 고객들에게 더 많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했다.

공장을 보여주던 첸은 "나는 충칭의 전기차 산업의 미래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며 "내 가족과 친구들도 모두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꾸었다. 이란 전쟁으로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서 많은 소비자가 처음으로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중동 위기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중 목적 중에는 종전 문제도 있다. 그는 이란과 가까운 중국이 종전 협상을 중재해주길 바랄 것이다. 이는 국제 무대에서 중국이 이미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자신은 사이가 좋다고 자랑해왔다. 그리고 자신은 중국과도 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싶어 할 것이며, 베이징을 떠나며 중국이 더 많은 미국산 제품을 사도록 설득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을 승리로 받아들일 것이다.

미래를 엿보다?

중국에 있어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한 이번 국빈 방문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만으로도 승리일지 모른다.

무역 협상까지 타결된다면 분명 큰 안도감을 주겠지만, 설령 타결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거의 10년 만에 이루어진 미 대통령의 방문 자체가 중국은 비즈니스 하기 좋은 국가이자 개방적인 국가라는 시 주석의 전 세계를 향한 메시지를 더욱 힘을 실어 줄 것이다.

충칭에서 만난 한 남성은 "중국이 점점 더 세계와 연결되고 국제 사회에 통합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했다.

"예전에는 당신처럼 금발인 사람들을 보기가 어려웠는데, 이제는 외국인이 많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 가족 같습니다."

사진작가인 그는 이곳에 새롭게 생겨난 독특한 지역 경제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다. 충칭의 강변에는 입을 벌린 채 서 있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들 뒤로 열차가 수시로 고층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기차를 "먹는" 것처럼 포즈를 취하는 어린아이의 모습
BBC
충칭에서는 마치 기차를 "먹는" 것처럼 보이는 동영상이 유행이다

한 여성이 기차가 출발하는 순간에 맞춰 정확히 포착하라며 남편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카메라 화면 속 여성은 마치 기차를 먹어 치우는 것처럼 보였다. 우스꽝스러운 유행처럼 보이지만, '충칭 기차 먹기'는 온라인에서 꽤 입소문을 타고 있다.

70세가 넘은 한 남성은 이런 SNS 속 유행에 참여하며 "마음이 젊어지는 것을" 느낀다고 농담했다.

이것이 바로 시 주석이 세계에 보여주고 싶어 하는 중국의 모습이다. 그는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과는 대조적으로 안정의 상징으로 비치기를 원한다.

그리고 실제로 트럼프가 집권한 지 1년 남짓 만에 세계 질서는 눈에 띄게 바뀌었고, 중국의 입지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경쟁국과 동맹국들이 반복되는 관세 부과와 철폐에 휘청거리는 사이, 중국은 영국, 캐나다, 독일 등 서방 국가 지도자들을 극진히 맞이해왔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중국은 광범위한 감시가 체계와 정부의 철저한 언론 통제가 존재하는 국가로, 정부나 국가 지도부에 대한 그 어떠한 반대 의견이나 비판도 용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곳 충칭을 찾은 수많은 관광객들은 마치 미래 영화 속 한 장면과 같은 도시 풍경을 보게 된다.

충칭의 변화는 성공 사례로도, 경고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이 도시는 중국이 전 세계 및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신들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을 미리 엿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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