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토록 제도화를 요구하는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요구를 둘러싼 노사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서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총파업이 현실화 되고 있다.
이틀간의 마라톤협상에도 불구하고 성과급 제도화를 둘러싼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오는 21일로 예정된 총파업이 현실화 된다면 단순 추산되는 피해액만 무려 4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최대 산업인 반도체 공장이 멈춘다면 수출 감소와 지역경제 둔화 등 경제 피해가 우려돼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고용노동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와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쟁의 가처분 신청, 총파업 기간 중 노조원의 실제 참여도가 총파업을 가를 관건이 됐다.
삼성전자는 노조의 총파업 예고 이후 처음으로 입장문을 내고 "경직된 제도화만 고집하는 노조의 결정에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노조의 영업이익 성과급 요구가 논란이 되는 가운데 청와대의 정책 실무자인 김용범 정책실장이 촉발한 '국민 배당금' 발언의 후폭풍으로 코스피가 장중 5% 급락하고 재계에선 '반기업 시그널'이란 비판에 나와 총파업 돌입에 따른 정부와 재계의 목소리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17시간 밤샘 협상에도 성과급 개편 놓고 평행선
삼성전자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열었다. 1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사후조정 절차 마지막 날인 12일 오전 10시부터 13일 새벽 3시까지 약 17시간 동안 마라톤협상을 이어갔지만 성과급 지급 여부를 둘러싼 노사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최종 무산됐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 재원 기준과 제도화 여부다. 자율 교섭에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중노위 개입으로 조정안 마련에 들어갔지만 노조 측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새벽 3시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노사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안을 요청했지만 중노위 안엔 노조 요구안보다 퇴보한 내용이 담겼다"며 "이를 납득하기 어려워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중노위 조정안에는 EVA 기준 OPI 제도와 기존 성과급 상한 50% 유지,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등이 담겼다.
이에 대해 최승호 위원장은 "DS 특별경영성과급은 '국내 매출·영업이익 1위 달성 시' 즉 하이닉스보다 높은 경우에만 해당하는 안건이다. 우리 성과를 외부 요인에 맡기는 것은 맞지 않고 일회성 안건을 받아들일 수 없어 결렬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은 "(중노위) 조정안이 공식적으로 제안되지 않은 채 조정 절차가 종료된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고, 연봉의 최대 50%로 제한된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일회성 약속으로 성과급 지급 방식을 정할 것이 아니라 명문화된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측은 특별 포상 등을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하겠다"고 했지만 노조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사후조정 절차가 종료됐다.
노조, 중노위 조정안 거부…21일 총파업 수순
노조가 중노위의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노조는 예고한 대로 불과 일주일 뒤인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초기업 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약 7만3000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으며 노조 측은 5만 명 이상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총파업이 시작된다면 단순 추산으로는 하루 최대 1조, 파업 기간 동안 30조 원, 파업 이후 설비 재가동과 수출입 손실액까지 고려한다면 최대 40~43조 원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중노위는 노사 양측이 합의해 추가로 사후조정을 요청할 경우 사후조정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도 "추가 조정에 참여하거나 당장 사측과 논의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회사가 제대로 된 안건을 가져온다면 들어볼 생각은 있다"고 여지를 남겨 노사가 다시 한 번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남겼다.
하지만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끝까지 고수하며 성과급 지급 기준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어 노사 간극이 좁혀질 지 여부는 미지수다.
반도체는 업계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이 크고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AI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대규모 투자설비와 연구개발이 필수적인 장치 산업인 탓에 성과급을 제도화 해 배분한다면 불황 시기 대비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공식 조정안 없이 결렬…정부 긴급조정권 발동하나
노사 양측이 사후조정 협상에 실패하면서 정부의 개입 여부도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최후 수단으로 긴급 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조정 절차다.
긴급조정이 발동되면 30일간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및 중재 절차가 진행된다.
다만 긴급조정권은 지난 1969년 이후 단 네 차례만 발동된 극히 제한적인 조치로,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발동 여부는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노조 총파업을 우려하며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파업이 금지될 수도 있다. 지난달 16일 삼성전자는 노조가 총파업을 벌일 경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금지된 위법한 쟁의행위로 안전사고는 물론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같은 달 29일 수원지법 민사31부(신우정 부장판사) 심리로 삼성전자가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사건 첫 심문 기일이 열렸으며 사측은 안전 보호시설 정상적 유지 및 운영과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변질이나 부패 방지 작업 필요성을 강조한 뒤 생산시설 점거, 쟁의행위 참여시 협박 수단 사용 등 위법 쟁의 행위 가능성을 피력했다.
재판부는 사측 주장에 대한 노조 측 입장을 오늘(13일)에 듣기로 해 2차 심문이 열린다. 법원은 오는 20일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져 총파업의 변수가 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노조 간 갈등도 총파업의 변수로 거론된다. 노조 내부 균열과 협정근로자 법적 제약 등으로 실제 참여율은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비반도체인 DX 중심 노조인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이 공동투쟁본부에서 이탈했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도 초기업노조와 갈등을 드러낸 상태여서 노노 갈등도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
노조위원장 "위법 없이 적법한 파업권 행사하겠다"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정당한 파업권인 만큼 적법하게 쟁의행위를 진행하겠다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최 위원장은 13일 오전 10시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가처분 2차 심문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번 가처분은 삼성전자가 노조의 쟁의행위 과정에서 생산시설 점거, 안전보호시설 운영 방해 등 위법 행위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신청한 건이다.
그는 "논쟁이 되는 부분에 대해 조합원 50여명 이상이 증언했고 이를 자료화해 반박할 예정이다. 적법한 쟁의행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사측이 노조의 성과급 제도화 요구를 '경직된 제도화'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선 "경직된 제도화가 아닌 영업이익에 대한 일정 비율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성과에 따라 공유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SK하이닉스가 경직된 제도화를 했다고 말할 수 있느냐. 하이닉스와 비교해 성과급을 받는 방식은 대한민국 1등 기업이라는 이름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아직까지도 회사는 일회성을 고수하고 있고, 우리는 이 부분을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노위 사후조정 과정에서 제시된 안에 대해선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조차 회사의 입김이 상당히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경제적 부가가치(EVA) 제도를 없애달라고 요구했지만 EVA 제도는 그대로 있었고, 상한도 유지됐다는 취지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원재료 폐기도 언급됐지만 제조, 생산, 기술 업무는 기존에도 협정근로자 범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있다"며 "이제 와 파업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법원에서 잘 따져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총리 "어떤 경우에도 파업하지 않게 노사대화 지원"
정부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며 삼성전자의 총파업을 우려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국무총리 집무실에서 삼성전자 파업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삼성전자 파업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김 총리는 사후조정이 결렬된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의 중대성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상황을 면밀히 관리해 나갈 것을 지시했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사 대화를 지원할 것을 강조했다.
구윤철 "삼전 파업 절대 안 돼…협상으로 해결토록 지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13일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노사 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 "파업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며 "정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원칙 있는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삼성전자가 정부의 사후 조정으로도 노사 교섭이 타결되지 못한 데 대해 정부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현재의 경영 상황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사 양측이 원칙 있는 협상을 이뤄내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용범 發, AI 이익 국민 나눠주잔 '국민배당제'도 논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기한 AI 이익을 국민에게 환원하는 '국민배당금제'도 총파업을 앞두고 논란의 한 축이 될 전망이다.
노조가 영업이익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 실무자는 '국민 환원' 카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노사 협상이 진행되던 첫날인 11일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이 끌어낸 결과가 아니다"라며 기업의 초과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국민 배당금'을 제안했다.
그는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응당 고민해야 할 일"이라고 짚었다.
이어 "2021~2022년 반도체 호황기 때의 초과 세수는 사전에 설계된 원칙 없이 그때그때 소진됐는데 이번 사이클의 규모는 그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클 수 있다"며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흘려보내는 것은 천재일우의 역사적 기회를 허비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과실은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은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다. 과실의 일부는 구조적으로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수십 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의 이익을 국민 배당금으로 나눠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s
침묵 깬 삼성전자 사후조정 결렬 직후 첫 공식 입장문
"노조 결정 매우 유감, 주주·국민에 큰 불안" 우려 표명
삼성전자는 중노위 사후조정 결렬 직후 처음으로 공식 입장문을 내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간 노조의 적극적인 입장 표명에도 공개 대응을 자제해 왔던 삼성전자는 총파업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자 "임직원과 주주, 국민들에게 큰 불안을 끼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삼성전자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어렵게 만든 사후조정이 노조의 결렬 선언으로 안타깝게도 무산됐다"며 "정부가 노사 양측의 주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협의를 지원했으나 노조는 오늘 새벽 결렬을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의 결정이 단순 노사 갈등을 넘어 임직원과 주주, 국민들에게까지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며 "노조의 이런 결정은 회사는 물론 협상 타결을 기다리는 임직원, 그리고 주주와 국민들에게 큰 걱정과 불안을 끼치는 행동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노조가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세운 '성과급 제도화' 문제에 대해서도 우회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삼성전자는 "노조는 경영실적에 따른 회사 측의 유연한 제도화를 거부하며 경직된 제도화만을 시종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회사는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 조정을 위해 애써준 정부와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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