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전통의 선율이 낯선 방식으로 다시 숨을 쉰다. 작곡가 백유미가 기획하고 작곡한 창작음악 공연 ‘정음(靜音): 여백의 흐름’이 오는 16일 서울 돈화문국악당에서 관객과 처음 만난다.
이번 무대는 정악(正樂)의 미학을 현대적 음악 언어로 재구성하는 프로젝트 ‘정음’ 시리즈의 출발점이다. 느린 호흡과 절제된 울림, 그리고 그 사이의 ‘비어 있음’에 주목하며 전통 선율을 단순한 재현이 아닌 새로운 감각의 공간으로 확장한다.
공연은 거문고, 피아노, 전자음향이라는 서로 다른 악기 구성을 통해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익숙한 전통음의 구조 위에 현대적 화성 감각과 사운드 디자인이 겹쳐지며, 음악은 점점 선형이 아닌 공간처럼 펼쳐진다.
전체 프로그램은 다섯 개의 장면으로 구성된다. 시작을 여는 ‘Prologue. 공성(空聲)’을 지나 ‘Part I. 숨’, ‘Part II. 흐름’, ‘Part III. 울림’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은 ‘Epilogue. 수련(睡蓮)’으로 마무리된다. 각 파트는 독립된 곡이라기보다 하나의 긴 호흡을 나누어 읽는 구조로 설계돼, 관객이 감정의 결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도록 이끈다.
음악은 자연의 움직임과 미세한 변화에서 출발한다. 반복 속에서 달라지는 작은 차이, 그 안에서 생겨나는 공기와 여운이 중심이 된다. 거문고의 전통적인 음색 위로 피아노의 선율이 겹쳐지고, 전자음향이 공간의 깊이를 확장하면서 서로 다른 시간감이 하나로 이어진다.
공연에는 거문고 연주자 김혁수, 피아니스트 이승우가 참여하며 사운드 디자인은 정의석이 맡았다. 각자의 역할은 분리된 파트라기보다 하나의 흐름을 구성하는 서로 다른 결로 기능한다.
작곡가 백유미는 미국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하고 하와이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작곡 박사학위를 받은 뒤, 국악과 서양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왔다. 전통 선율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데 집중해 온 그의 작업은 이번 ‘정음’ 시리즈를 통해 한 단계 확장된 형태로 제시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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