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대상 줄여 재정낭비 막아" vs "조기관리 실패로 비용 더 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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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대상 줄여 재정낭비 막아" vs "조기관리 실패로 비용 더 들 것"

이데일리 2026-05-13 09:54: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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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체질량지수(BMI) 변경 논의를 두고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치료 개입 시점의 변화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사회적 비용을 결정하는 정책 변수로 부상할 수 있어서다.

특히 마운자로, 위고비 열풍 등 비만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비만 기준 변경에 대한 관심도 매우 크다. 이에 정부는 의료계와 면밀한 협의를 통해 BMI 기준 조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BMI 25냐 27이냐…비만 기준 둘러싼 ‘건강 논쟁’

1990년대까지 비만 기준은 서구 세계보건기구(WHO) 기준(BMI 30 비만)을 많이 참고했다. 2000년이 되면서 WHO 서태평양지역(WPRO)은 아시아인에 대해 당뇨·고혈압·내장지방·대사증후군 위험이 BMI 25부터 급증한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시아권은 별도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BMI 25를 비만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BMI보다는 내장지방 유무를 더욱 중요한 요소로 판단한다. BMI가 낮아도 복부비만이면 위험하다는 식이다. 중국은 비만 기준이 BMI 28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자연스럽게 BMI 25를 비만 기준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내과 교과서·내분비·대사 분야에서는 2000년대 이후 대부분 BMI 25를 비만 기준으로 제시했다. 1992년 설립된 대한비만학회는 처음부터 BMI 25를 비만 기준으로 내세웠다. 질병관리청에서 진행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청소년건강행태조사, 지역사회건강조사 등 국가 통계도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국가건강검진에서는 비만 기준을 여전히 BMI 30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기관인 건강보험연구원은 BMI 27을 비만 기준으로 제시하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건보공단 연구에 따르면 사망 위험은 BMI 25에서 가장 낮지만, 고혈압·당뇨병 등 대사질환 위험은 BMI 27 전후에서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이를 근거로 “질병 위험을 고려할 때 BMI 27이 한국인에 보다 적합한 기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비만을 ‘치료’가 아닌 ‘예방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기준 상향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철영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前 대한비만학회 이사장)는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 주요 동반질환은 BMI 25부터 증가한다”며 “비만 관리의 핵심은 조기 개입을 통한 예방이다. 기준 상향 조정은 건강관리 방향과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기준 논쟁은 치료 개입 시점과 직결된다. 대한비만학회 진료지침에 따르면 BMI 25 이상에서는 생활습관 교정, 행동치료, 영양·운동 상담이 우선 적용된 뒤 약물치료로 이어진다. 기준이 25일 경우 조기 개입이 가능하지만 27로 상향될 경우 치료 개입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의료계 의견이다.

(이미지= 김정훈 기자)


◇재정 영향 현실화…“조기 개입 vs 재정 부담” 정책 선택

비만 기준 설정은 의료비 지출과도 직접 연결된다. 비만은 아직까지 건강보험에서 적극 치료하는 질환이 아니다. 고도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비만대사수술은 BMI 35 이상이거나,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 BMI 30 이상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하지만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비만 치료에도 건강보험 적용 검토를 주문한 점을 고려하면 비만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비용 규모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의 약물이 ‘비만 만능약’처럼 세간에서 회자되고 있지만 정석은 행동치료와 상담, 운동·영양 프로그램부터 적용해야 한다.

BMI 25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이를 적용할 경우 환자 1인당 월 20만~30만 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한다. BMI 25~27 구간 인구 약 760만 명 중 고혈압·당뇨병 환자를 제외한 약 463만명을 대상으로 가정하면 3개월 프로그램 기준으로도 연간 최소 3조원 이상의 재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BMI 27 기준을 적용할 경우 대상 인원이 감소해 건보 재정 부담은 줄어든다. 다만 치료가 늦어지면 비만과 대사질환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고 사망 위험도 커진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를 사용해야 하는 환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비만으로 인한 질환과 이에 따른 사망이 증가하면서 사회적 비용 부담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21년 기준 약 15조 6000억원 수준으로 연평균 7% 내외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BMI 25 이상 인구의 경제적 부담이 연간 33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의료계가 조기 개입을 주장하는 이유도 이러한 비용 절감 때문이다. 박철영 교수는 “비용은 치료비뿐 아니라 질병 악화에 따른 생산성 손실 등 사회적 비용까지 포함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예방 중심 접근이 재정 측면에서도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현행 의료체계에서 조기 개입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치료 인프라 마련도 필요하다. 환자가 무턱대고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에만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현재는 비만 진단 기준과 치료·보험 적용 기준이 서로 다른 ‘이중 구조’가 형성된 점도 문제다. 박 교수는 “비만은 질병이지만 제도 전반에서 일관된 기준이 없다”며 “기준을 정비한 뒤 고도비만 및 고위험군부터 단계적으로 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정책 기준과 임상 기준을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정 부담을 고려한 정책 기준과 예방 중심의 임상 기준을 각각 설정하자는 것이다.

박정환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BMI 중심의 단일 기준에서 벗어나 임상적 근거에 기반한 ‘임상적 비만병’ 개념을 도입할 경우 정책과 의료 현장 간 괴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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