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경영 행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와 이른바 '짱츠(벤츠를 중국차에 빗댄 비하적 표현)' 논란이 확산되며 소비자 신뢰가 흔들리면서 판매량 감소로 인한 실적 악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벤츠의 국내 신규 등록 대수는 4796대로 전월(5419대) 대비 11.5% 감소했다. 월 판매량이 5000대를 하회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같은 기간 테슬라(1만3190대), BMW(6658대)의 판매량과 비교하면 벤츠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1~4월 수입차 브랜드 중 벤츠의 누적 판매량 점유율은 17.8%에 그쳐 전년 동기(24.5%) 대비 7%p 가량 하락했다.
벤츠의 판매 감소 배경으로는 브랜드 신뢰도 하락이 지목된다. 벤츠는 그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강조해 왔지만 지난 2024년 8월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EQE 350' 전기차 폭발 사고로 브랜드 이미지가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당시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 350' 모델에는 중국 배터리 업체인 파라시스의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드러났다. 파라시스는 앞서 2021년에도 중국 내 배터리 화재 위험 문제로 대규모 리콜을 단행한 바 있다. 이 사고는 전국적인 '전기차 포비아(공포증)'를 촉발시켰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벤츠 기피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도화선이 됐다.
벤츠의 지분구조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희석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벤츠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으나 메르세데스-벤츠그룹 AG의 최대 단일 주주는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이다. BAIC는 9.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리자동차 창업자인 리수푸 회장 또한 투자회사를 통해 9.69%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두 중국계 주주의 지분을 합산하면 20%에 육박한다.
이러한 상황이 맞물리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벤츠의 '중국산 이미지'는 더욱 공고해지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내놓은 신차들에 대한 혹평이 잇따르고 있는데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내외부 디자인 역시 과거 독일 명차 시절의 품격에 미치지 못한다는 실망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에서는 "벤츠는 이제 쳐다보지도 말아야겠다", "이제 벤츠가 아니라 '짱츠'(중국차를 비하하는 표현)다", "화재 위험에 고객 대응까지 미흡한 차를 살 이유가 없다" 등 벤츠라는 자동차 브랜드를 향한 소비자들의 불만어린 반응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소비자 비판 여론은 인식 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자동차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년 전에 비해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한 수입차 브랜드(복수 응답)'를 묻는 질문에 벤츠를 선택한 비율은 20%에 그쳤다. 2021년 41%에 달했던 긍정 응답은 2023년(38%), 2024년(33%)을 거쳐 하락세를 보이다 5년 만에 반토막 났다.
반면,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변한 브랜드'로 꼽힌 비율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1년 당시 9%를 기록하며 테슬라(25%)나 BMW(10%)보다 낮은 수치를 유지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 29%까지 치솟으며 5년 만에 '이미지 부정 변화 브랜드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는 같은 기간 테슬라(16%)와 BMW(6%)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벤츠의 브랜드 이미지 약화는 한성자동차 실적에도 직격타로 작용하고 있다. 한성자동차의 매출액은 2022년 3조3438억원에서 2023년 3조1044억원, 2024년 2조4486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조4037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영업이익 또한 2022년 855억원 흑자에서 2023년 468억원 적자로 돌아선 이후 2024년(-648억원), 2025년(-546억원) 등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한성자동차 내부에서도 브랜드 이미지 실추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전사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자동차 본사에 재직 중인 A씨는 "벤츠 브랜드 자체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회사 차원에서도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구상 중이다"며 "벤츠의 판매 실적이 회사의 매출 및 수익 구조와 직결되는 만큼 브랜드 가치 하락이 경영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벤츠코리아에 재직 중인 지인의 전언에 따르면 벤츠코리아 내부에서도 국내 소비자의 인식이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가 나올 만큼 브랜드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상태로 보인다"며 "자동차 판매의 핵심인 제품 신뢰도가 무너지면 최전선에 있는 딜러사로서는 판매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통시장에서 제품 이미지 하락은 결국 매출 감소와 경영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며 "벤츠코리아는 물론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역시 실적 회복을 위해 전사적인 차원에서 이미지 제고와 신뢰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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