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2026년 1분기 실적은 단순히 영업이익 감소로만 해석하기 어렵다. 전년 동기 일회성 분양이익에 따른 높은 기저, 고객 보답 프로그램과 침해사고 관련 비용 반영이라는 부담 요인이 있었지만, 통신 본업의 안정적 흐름과 그룹 포트폴리오 개선, AX 사업 확장 가능성이 동시에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적 수치만 놓고 보면 연결 기준 매출 6조 7,784억 원, 영업이익 4,827억 원으로 전년 대비 수익성 부담이 나타났지만, 내용상으로는 KT가 통신사를 넘어 AI 전환 플랫폼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에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유·무선 통신 사업의 방어력이다. 무선 사업은 위약금 면제 기간 일부 가입자 이탈이 있었음에도 2월 이후 순증세로 돌아섰고, 서비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했다. 1분기 말 5G 가입자 비중이 전체 핸드셋 가입자의 82.7%까지 올라간 점은 고부가 가입자 기반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결합 요금제와 구독 상품을 내놓으며 단순 통신 요금 경쟁에서 벗어나 콘텐츠·구독 혜택을 결합한 고객 락인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유선 사업 역시 안정적이다. 인터넷 매출은 GiGA인터넷 가입자 증가와 부가서비스 확대에 힘입어 1.8% 늘었고, IPTV 중심 미디어 매출도 가입자 확대와 프리미엄 셋톱박스 이용 증가로 1.3% 성장했다. 통신 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들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무선 사업에서 소폭이라도 성장을 이어간 것은 KT의 기본 체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다만 기업서비스 매출이 대형 구축사업 종료 영향으로 2.2% 감소한 점은 과제로 남는다. 그러나 KT는 재난안전통신망 등 공공사업과 금융권 AICC·클라우드 수주를 확보하며 향후 성장 기반을 보완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팔란티어와의 전략적 협력이 금융권 AX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KT가 말하는 'AX Platform Company' 전략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금융·공공·제조 등 산업별 레퍼런스를 쌓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고객 신뢰 회복도 이번 실적 발표의 핵심 축이다. KT는 침해사고 이후 고객보호365TF를 출범시키고, AI 기반 실시간 탐지, 원스톱 해결센터, 고객경청포럼 등을 통해 사후 대응 중심에서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2월부터 6개월간 시행 중인 고객 보답 프로그램은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탈 방지와 브랜드 신뢰 회복을 위한 투자 성격이 강하다. 통신업의 핵심 자산이 고객 기반이라는 점에서 보안과 신뢰 회복은 실적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그룹 포트폴리오에서는 KT에스테이트와 콘텐츠 자회사의 개선이 눈에 띈다. KT에스테이트는 대전 괴정동 아파트 분양 공정률 확대와 호텔 수요 회복에 힘입어 매출이 72.9% 증가한 2,374억 원을 기록했다. 콘텐츠 부문도 광고시장 둔화와 플레이디 매각 영향에도 1.9% 성장했다. KT스튜디오지니의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 확대, 밀리의서재의 구독 기반 성장 등은 통신 외 사업이 그룹 실적 변동성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KT클라우드는 데이터센터와 AI·클라우드 수요를 바탕으로 전년 수준의 매출을 유지했다. 가산 데이터센터 가동률 확대, 신규 데이터센터 구축, AI 파운드리 사업 확장은 향후 성장의 핵심 변수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가 커지는 만큼 KT클라우드가 공공·기업 시장에서 어느 정도 속도로 수주를 확대하느냐가 그룹 성장성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케이뱅크의 코스피 상장도 KT그룹의 포트폴리오 가치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3월 말 기준 수신 28조 2,200억 원, 여신 18조 7,500억 원, 고객 수 1,607만 명을 확보한 케이뱅크는 상장 이후 SME 금융과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 플랫폼 자회사 가치가 부각될 경우 KT그룹의 비통신 자산 평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주환원 정책도 시장 신뢰를 겨냥한 장치다. KT는 2026~2028년 별도 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2026년 최소 주당 배당금 2,400원을 제시한 것은 일시적 손익 변동과 관계없이 배당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메시지다. 1분기 배당금은 주당 600원으로 결정됐고, 2,50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소각도 진행 중이다.
결국 KT의 1분기 실적은 비용 부담과 기저효과로 수익성이 둔화된 분기였지만, 본업 안정성, AX 성장 기반, 그룹사 포트폴리오, 주주환원 정책이 동시에 확인된 분기라고 볼 수 있다. 관건은 앞으로다. 고객 신뢰 회복 비용을 얼마나 빠르게 정상화할지, MS·팔란티어 협력 기반 AX 사업을 실제 매출 성장으로 연결할지, 클라우드·콘텐츠·금융 자회사 가치가 그룹 전체 실적에 얼마나 기여할지가 KT 기업가치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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