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문학' 통해 등단해 시집 30여권 내…"시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시 쓰기는 내게 수행이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입니다."
'시 쓰는 스님' 진관스님이 등단 50주년을 맞았다.
진관스님은 12일 서울 조계사 일주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작(詩作) 인생 반세기를 돌아보며 "시를 쓰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대에 출가한 후 군대에서 본격적으로 시를 썼다는 진관스님은 1976년 문예지 '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이후 지금까지 펴낸 시집이 서른 권이 넘는다.
승려시인회도 이끌고 있는 진관스님은 "오현스님, 지현스님, 석성우 스님 등 시 쓰는 대단한 승려 시인들이 많은데 요즘에는 그런 열기가 사라지고 시 쓰는 승려들이 잘 안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스님은 전반적으로 "우리 시대에 시인의 힘이 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전하면서 "시를 모르고는 어떤 깨달음을 얘기할 수 없다"고 시 쓰기의 가치를 거듭 강조했다.
현재 불교인권위원회 공동대회이기도 한 진관스님은 민주화 운동 시기 등에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온 '행동하는' 스님이기도 하다. 1987년 박종철 열사 치사 사건에 항의하다 구속되는 등 여러 차례 옥고도 치렀다.
수감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시를 써 내려가 항소 이유서로 1천 편에 달하는 시를 제출하기도 했다. 지금도 매일 한 편씩 꼬박꼬박 시를 써서, 아직 책으로 묶어내지 않은 시들도 40여권 분량에 달한다.
그중 일부를 추려 등단 50주년을 기념하는 시집 '선차의 어머니 황매산'(차의세계 펴냄)을 곧 출간할 예정이다.
승려시인회의 13번째 '승려 시집'도 이번에 함께 나왔다. 1971년 결성된 승려시인회에선 4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번 13집엔 진관스님을 비롯해 무원·명안·남륜·범상스님 등 22명의 시 198편이 수록됐다.
이번 시집과 관련해 진관스님은 "인공지능(AI)이라는 기계문명이 인간 고유영역을 빼앗아 가고 있는 지금 시라는 방편은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며 "승려시인들이 AI 문명으로 침해당하는 인간성 회복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앞장섰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mihye@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