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다니니 가스값 더 나와"…짐 싸 떠나는 인도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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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다니니 가스값 더 나와"…짐 싸 떠나는 인도 노동자들

이데일리 2026-05-12 13:43: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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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인도 대도시 공장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 수십만명이 일자리를 버리고 고향 마을로 되돌아가는 ‘역(逆)이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란 전쟁의 여파로 가정용 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다. 세계 3위 원유수입국인 인도가 에너지 가격 충격을 정통으로 맞으면서 ‘메이크 인 인디아’(인도 제조업 부흥)를 내세운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산업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AFP)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도 뉴델리 외곽 공장지대에서 일하던 쿤타 데비와 아들 라자 바부(24)는 최근 숙소를 비우고 고향 마을로 떠났다. 모자(母子)가 함께 벌어 월 2만루피(약 31만원)를 손에 쥐었지만, 가정용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하룻밤 새 4배로 뛰면서 생활이 불가능해졌다. 라자 바부는 “가스 가격이 오른 탓에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우리 삶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한 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인도의 LPG 수입에 차질이 빚어졌다. 인도 LPG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오는 탓에 인도 내 가스 가격은 단기간에 폭등했다. 모디 총리는 최근 며칠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 달라”며 국민들에게 호소했으나, 산업 현장의 충격은 이미 지표를 앞질러 확산하는 분위기다.

뉴델리 외곽 공업도시 노이다는 대표적인 ‘위기의 진앙’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이 곳에선 노동자들의 집단 이탈과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노동권 활동가 시레야 고시는 “LPG 가격 상승으로 생활이 견딜 수 없게 됐다”며 “월 최저임금 1만 1000루피(약 17만원) 수준의 임금으로는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향으로 떠난 노동자 수가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뉴델리 중앙역 광장은 고향행 열차를 기다리는 이주노동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고 FT는 전했다. 짐꾼 비젠더는 인파를 가리키며 “가스 가격 상승의 충격이 정말 컸다. 저 사람들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노이다 빈민가에 사는 사니야 쿠레시(17)의 어머니는 의류공장에서 12시간 교대 근무로 월 1만 1000루피를 벌어왔지만, 이제는 가스 대신 장작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쿠레시는 “모든 게 너무 비싸다. 어떻게 먹고 살란 말인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소속 우타르프라데시주(州) 정부는 최저임금을 최대 21% 인상하는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이번엔 산업계가 반발했다. 인도산업연맹(CII)은 주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업종 전반의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며 “기업들이 비용 경쟁력 있는 다른 주로 이전·확장을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이다에서 의류공장을 운영하는 비크람(가명)은 노동자 이탈로 공장 가동률이 30%까지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임금 인상 이후 “노이다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비용이 더 낮은 인접 마디아프라데시주로 옮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연료비까지 동반 상승하며 중국·베트남·방글라데시와 가격 경쟁을 벌여온 인도 제조업체들의 부담은 한층 무거워졌다. CII 우타르프라데시 지부 위원인 비노드 샤르마는 “이곳 기업의 90%가 마진 10% 이하에서 버틴다”며 “중국이 우리 제품 가격을 결정한다. 그들은 과잉생산 능력과 국가 보조금, 노동자 기숙사까지 갖췄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없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사태가 ‘메이크 인 인디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와할랄네루대(JNU)의 노동경제학자 히만슈 교수는 “노동자가 생계를 유지할 만큼 벌지 못하는 곳에서 선진경제는 만들어질 수 없다”며 “2011~2012년 이후 임금 상승률이 물가를 따라잡지 못해 실질임금이 꾸준히 하락해 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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