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 협상 중인 미국과 이란의 샅바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이란으로부터 종전안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핵포기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자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해제하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재개할 수도 있다며 이란을 향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완전한 종전'을 먼저 요구하고 있는 이란 역시 시간을 끌수록 대가가 커질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오는 14일 예정된 미중정상회담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이란과 휴전 간신히 유지"…군사행동 재개 시사
앞서 미국은 이란에 종전 제안을 전달했으며,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양국이 1쪽짜리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대표들의 답변을 읽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완전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히며 협상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군사적 옵션이 다시 논의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이란과의 휴전이 위태롭게 이어지고 있다며 중단됐던 '프로젝트 프리덤' 재개 가능성을 언급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미군 전력을 투입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탈출을 돕는 군사작전으로, 지난 4일 시작했다가 협상 진전 기대감 속에 이틀 만에 중단된 바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약한 상태"라며 "생명연장장치에 의존하는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앞서 이란이 제시한 종전안을 "쓰레기", "멍청한 제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핵무기 보유 불가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중단됐던 프로젝트 프리덤 재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는 미군 선박 유도가 더 큰 작전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제시한 종전협상안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실제 군사작전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팀과 회의를 열어 군사행동 재개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회의에는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존 랫클리프 CIA 국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방문 전 이란과 전쟁 종식을 선언하려 했으나, 이란이 핵프로그램 관련 양보를 거부하면서 협상 타결은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이란 압박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네타냐후 "이란 우라늄 제거 전까지 전쟁 끝나지 않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란 내 고농축 우라늄이 제거되지 않는 한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을 향한 압박에 동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0일 미국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국외로 반출하고 농축 시설을 해체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이란의 핵 능력을 상당히 약화시켰다"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이란 내에 핵 시설과 우라늄이 존재하는 만큼 전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 핵 감시 단체들은 이란이 폭탄급 고농축 우라늄 약 440㎏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핵 협상을 통해 우라늄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지만, 협상이 결렬될 경우 대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란 의회의장 "시간 끌수록 대가 커질 것"…트럼프 발언에 강경 대응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박에 이란 측도 강경한 입장을 내놓으며 맞섰다.
종전 협상 대표단을 이끌었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11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에 "우리 군은 어떠한 침략에도 단호히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잘못된 전략과 결정은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 뿐이며, 우리는 모든 옵션을 준비했다. 그들은 우리의 대응에 놀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이어 "14개 항의 종전 제안에 명시된 이란 국민의 권리를 수용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며 "시간을 끌면 끌수록 미국 납세자들이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정부 역시 미국의 최근 종전 제안에 대해 "일방적인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란 국영 IRIB 방송은 11일 에스마일 바가이 외무부 대변인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우리의 요구는 과도하지 않으며 지극히 정당하다"며 해외 은행에 묶여 있는 이란 자산의 동결 해제가 모든 협상의 전제 조건임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이란 유조선을 압류하는 행위를 '해적 행위'로 규정하며 "미국은 전쟁을 멈추고 불법적인 경제 봉쇄와 해적질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이 종전 조건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바가이 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 안정 통행과 역내 및 레바논의 안보 확립은 이란의 또 다른 요구사항"이라며 "이는 역내 안보를 위한 관대하고 책임감 있는 제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럼에도 미국은 일방적인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 "이란 해상봉쇄, 단기 효과 제한적…붕괴 가능성 낮아"
이런 가운데 미국의 해상 봉쇄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당분간 원유 생산과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NBC뉴스는 10일 에너지 업계 전문가와 서방 당국자의 평가를 인용해 "봉쇄가 장기적으로는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지만, 단기간 내 석유 산업이 붕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도했다.
로빈 밀스 카마르에너지 CEO는 "이란은 생산량의 절반을 줄여야 할 수도 있지만, 국내 정제 능력이 있어 상당 부분 생산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라시아그룹 그레고리 브루 연구원도 "과거 사례를 보면 이란은 수개월간 현재와 같은 상황을 버틸 수 있다"고 봤다.
이란은 현재 원유 적재량을 주당 약 1,100만 배럴에서 600만~800만 배럴 수준으로 줄인 상태다. 봉쇄 이전 상당량의 원유를 높은 가격에 판매한 덕분에 일정 기간 버틸 여력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이란 경제는 심각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 수출 감소로 정부 재정이 악화하고, 육로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서방 당국자들은 "경제난에도 권력 기반만 유지된다면 이란 정권은 상당 기간 압박을 견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중정상회담, 미-이란 종전 돌파구 될까
이처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자 오는 14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이란에 직접적으로 '글로벌 경제를 인질로 잡지 말라'고 말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미국이 이란 문제를 미중 협상에서 활용 가능한 전략적 카드로 삼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무역, 공급망, 핵무기 등 다양한 의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위기 관리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 안정이라는 부담을 중국에도 일정 부분 공유시키면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 역시 에너지 안보와 원유 수급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반대로 중국은 이란 전쟁 중재 역할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문제 등에서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모두가 존경하는 시 주석이 이끄는 놀라운 나라, 중국 순방을 무척 기대하고 있다"며 "양국 모두에 훌륭한 일들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란 문제를 포함한 광범위한 의제가 논의될 것임을 시사한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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