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늘 그래왔다. 정적이지만 정교한 연출로 관객의 마음을 강하게 두드렸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는 언제나 가족이 있고, 아이가 있었다. 특히 인간이어서 겪을 수 있는 갖가지 불행, 그것을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다른 영화에선 접하기 어려운 흔치 않은 결의 여운을 남겼다.
지금은 AI 시대다. 놀랍도록 빠르게 진화하는 인공지능이 우리 삶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타고, 새로운 '가족' 이야기를 꺼냈다. 근미래, 죽은 아들과 똑 닮은 휴머노이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상자 속의 양'이다. 중국에서 AI 기술로 죽은 사람을 살리는 부활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나 7세, 휴머노이드 로봇. 어느 날, 엄마 아빠가 생겼다. '7세 설정'으로 태어난 '나'는 나와 똑같이 생긴 아이를 사고로 잃은 집에 입양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엄마'라 부르는 여자, '아저씨'라 부르는 남자가 있는 따뜻한 2층 집에서 계속 사랑받으며 살 수 있을까"
영화 '상자 속의 양'은 죽은 아이를 대신해 나타난 '7세 설정' 휴머노이드와 부부의 관계를 그린다. 비로소 가족이 됐다는 기쁨, 그러나 다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아이를 잃은 '오토네'(아야세 하루카), '켄스케'(다이고(치도리)) 부부 앞에 죽은 아들을 닮은 존재가 나타난다. 평화로운 일상, 그들 사이 따뜻한 감정이 피어 올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균열이 일어나고, 갈등이 점화 된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가족의 시간"이라는 카피가 인상적인 이 영화는 상실과 재회, 믿음과 의심이 교차하는 인물들의 복합적인 감정선을 밀도 있게 펼쳐내며, 또 한 번 관객들의 마음을 두르릴 것을 예고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느 가족'(2018)으로 제71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브로커'(2022), '괴물'(2023)로 칸 경쟁 부문에 초청된 데 이어, 신작 '상자 속의 양'으로 또 한 번 칸에 진출하며, 거장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오는 13일(현지 시각) 개막하는 제79회 칸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거친 뒤, 국내에서 6월 10일 개봉한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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