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가 랠리와 서킷을 아우르는 글로벌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동시에 성과를 냈다. 험난한 비포장 코스를 달리는 월드 랠리 챔피언십(World Rally Championship, WRC)에서는 시즌 첫 우승을 기록했고, 글로벌 투어링카 대회인 TCR 월드투어 개막전에서는 우승과 세 차례 포디움을 확보했다.
이번 결과는 동반 우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WRC가 극한의 노면과 기후 조건에서 경주차의 내구성, 제어 성능, 팀 운영 능력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무대라면, TCR 월드투어는 고객 레이싱 팀을 통해 경주차의 상품성과 경쟁력을 입증하는 대회다.
경기 방식도, 차량 운용 환경도 다른 두 무대에서 동시에 성과를 낸 만큼,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의 모터스포츠 기반이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됐다.
◆내구성·운영 능력 시험대 된 포르투갈 랠리
먼저 현대차는 5월7~10일 포르투갈에서 열린 2026 WRC 시즌 6라운드에서 현대 월드랠리 팀 소속 티에리 누빌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번 우승은 현대 월드랠리 팀의 2026시즌 첫 승이다.
2026 WRC 포르투갈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한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 오른쪽)과 코드라이버 마틴 비데거(Martijn Wydaeghe)가 경주차 위에 올라 환호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
포르투갈 랠리는 WRC 역사와 함께해 온 대표적인 비포장 랠리다. 1973년 WRC 출범 당시부터 캘린더에 포함된 전통 있는 경기로, 거친 노면과 무더운 날씨, 높은 점프 구간, 장애물이 많은 도로가 결합돼 완주 자체가 쉽지 않은 대회로 꼽힌다.
이런 특성 때문에 포르투갈 랠리에서는 단순한 속도 경쟁만으로는 결과를 만들기 어렵다. 차량의 내구성, 타이어 관리, 노면 변화에 대한 대응, 드라이버의 경험, 팀의 전략 판단이 맞물려야 한다.
현대 월드랠리 팀이 이번 경기에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 아드리안 포모어(Adrien Fourmaux), 다니 소르도(Dani Sordo) 3명의 드라이버를 i20 N Rally1 경주차로 투입한 것도 이런 복합적인 경기 환경을 고려한 운영으로 볼 수 있다.
티에리 누빌은 다양한 코스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 막판 흐름을 뒤집으며 1위에 올랐다. 이번 우승으로 누빌은 올 시즌 첫 승과 함께 WRC 통산 23번째 우승을 기록했다.
2026 WRC 포르투갈 랠리에서 역주하는 현대 월드랠리팀 'i20 N Rally1' 경주차. ⓒ 현대자동차
팀 동료들의 성적도 안정적이었다. 아드리안 포모어는 4위, 다니 소르도는 8위에 이름을 올리며 팀 포인트 확보에 힘을 보탰다. 우승 드라이버 한 명의 성과를 넘어 팀 전체가 험난한 랠리 조건 속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WRC는 포장도로, 비포장도로, 눈길 등 서로 다른 환경에서 연간 경기를 치른 뒤 제조사와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을 가린다. 그만큼 특정 조건에만 강한 차가 아니라, 다양한 노면과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종합 성능이 중요하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이번 포르투갈 랠리 우승이 시즌 중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엘란트라 N TCR, 개막전서 팀 순위 선두 견인
현대차는 같은 기간 이탈리아에서 열린 2026 TCR 월드투어 개막전에서도 우승을 기록했다. 5월8~10일 이탈리아 미사노 월드 서킷 마르코 시몬첼리(Misano World Circuit Marco Simoncelli)에서 열린 1라운드에서 현대차의 더 뉴 엘란트라 N TCR(국내명 더 뉴 아반떼 N TCR)은 시즌 초반부터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사노 월드 서킷은 코너 구간이 많고 변수가 잦다. 이중 곡선이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제동 안정성과 차체 밸런스가 중요하고, 레이스 중 포지션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TCR 경주차의 기본기와 팀의 세팅 능력이 동시에 드러나는 무대다.
노버트 미첼리즈(Norbert Michelisz, 왼쪽)와 미켈 아즈코나(Mikel Azcona)가 2026 TCR 월드투어 개막전 이탈리아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하고 기뻐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
BRC 현대 N 스쿼드라 코르세(Squadra Corse) 팀 소속 노버트 미첼리즈(Norbert Michelisz)는 9일 치러진 첫 번째 결승 레이스에서 1위에 오르며 개막전 우승을 차지했다. 함께 출전한 미켈 아즈코나는 같은 레이스에서 2위를 기록하며 현대차 경주차의 경쟁력을 뒷받침했다.
흐름은 두 번째 결승 레이스에서도 이어졌다. 미켈 아즈코나(Mikel Azcona)는 10일 열린 두 번째 결승 레이스에서도 2위에 올라 개막전에서만 두 차례 포디움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두 번의 결승 레이스에서 우승 1회, 2위 2회를 거두며 총 세 차례 포디움에 올랐다.
포인트 경쟁에서도 출발이 좋다. 노버트 미첼리즈는 첫 번째 결승 레이스 우승으로 30포인트, 예선에서 10포인트를 더해 총 40포인트를 확보했다. 미켈 아즈코나는 두 결승 레이스 합산 50포인트에 예선 15포인트를 더해 총 65포인트를 기록했다. BRC 현대 N 스쿼드라 코르세 팀은 총 111포인트를 쌓으며 팀 부문 선두로 시즌을 시작했다.
TCR 월드투어 성과가 갖는 의미는 대회 구조에서도 찾을 수 있다. TCR은 제조사가 직접 출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제조사의 경주차를 구매한 프로 레이싱 팀이 출전하는 커스터머 레이싱(Customer Racing) 대회다. 다시 말해 차량을 만드는 제조사의 기술력뿐 아니라, 실제 고객 레이싱 팀이 운용했을 때의 경쟁력과 신뢰성이 함께 평가된다.
2026 TCR 월드투어 개막전 이탈리아 대회에서 현대차 더 뉴 엘란트라 N TCR이 주행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
현대차의 더 뉴 엘란트라 N TCR이 개막전부터 결과를 낸 것은 레이스 승리와 함께 고객 레이싱 시장에서의 상품성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고성능 브랜드 N이 양산차 이미지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제 레이스 현장에서 경쟁 가능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
현대차의 이번 성과는 두 갈래로 읽힌다. 하나는 WRC에서 확인한 극한 환경 대응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TCR에서 드러난 서킷 기반 경주차 경쟁력이다. 랠리와 투어링카는 경기 성격이 다르지만, 두 대회 모두 브랜드의 고성능 이미지를 강화하는 실전 무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주차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동반 우승이라는 결과로 이어져 기쁘다"며 "훌륭한 팀워크를 발휘해 두 대회에서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2026 WRC 7라운드는 오는 5월28~31일 일본에서 열린다. TCR 월드투어 2라운드는 6월12~14일 스페인 발렌시아의 리카르도 토르모(Circuit Ricardo Tormo) 서킷에서 개최된다. 올해 TCR 월드투어는 총 8라운드로 구성되며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한국, 중국, 마카오에서 경기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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