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반복적인 담합뿐만 아니라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사익편취 행위가 반복되는 경우에도 지분 매각이나 사업 분리와 같은 ‘구조저 조치’를 법에 명문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국제경쟁네트워크(ICN) 연차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디지털 경제가 확대하며 전통적인 정책으로는 독과점과 같은 행위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구조적인 조치와 같은 경쟁 정책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구조적 조치는 기업분할, 지분매각, 영업양도 등 기업 소유 구조나 지배구조에 직접 개입하는 강력한 시정수단을 뜻한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구조적 조치를 표준적인 행정조치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DOJ)는 구글의 검색·광고 독점 해소를 위해 법원에 크롬 브라우저 매각과 안드로이드 사업부 분리를 요청했고, 유럽연합(EU) 역시 구글 광고기술 사업부의 구조적 조치를 예고한 상태다.
정부는 여러 논의를 거쳐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이나 현실적인 걸림돌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이나 네이버와 같은 민간 기업을 강제 분할하거나 매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어서다.
주 위원장 역시 이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다른 수단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발동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구조적 조치를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적 근거를 마련해 대기업의 자발적인 개선과 자정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주 위원장은 “구조적 조치가 법 테두리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심각한 법 위반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는 예방적 효과가 크다”며 “우리 경쟁 정책에 실제 적극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이어 “예외적이고 중대한 상황에 한정해 보충적으로 발동되도록 신중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인을 인수하는 대신 핵심 인재와 조직만 가로채는 ‘애크하이어(Acqui-hire·인재확보형 결합)’에 대한 규제도 마련한다. 현행법상 인력 채용이 기업결함 심사 대상이 아니지만, ‘기업결합 신고 요령’ 고시를 개정해 인력만 빼가는 애크하이어도 기업결합 심사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얘기다. 연내 도입이 목표로 핵심 인력만을 골라 채용하는 것이 실질적인 영업 양수 효과를 내는지를 면밀하게 따질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애크하이어의 구체적인 사례가 없는 상황이지만, 미국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인플렉션 AI’의 핵심 인력을 고용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이를 사실상의 기업결합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주 위원장은 “K-엔비디아 같은 우리 벤처기업이 큰 기업의 공격적, 적대적 기업결합 전략에 희생되지 않고 성장할 수 있게 보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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