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에서 전통의 미래 찾다” 판타지국악극으로 펼친 실험 [공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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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에서 전통의 미래 찾다” 판타지국악극으로 펼친 실험 [공연리뷰]

경기일보 2026-05-10 17:54: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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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열린 국립남도국악원의 어린이 국악극 ‘무당호랑이 쿵이’ 무대 장면. 극은 백두산 호랑이 ‘쿵이’가 흑룡에 의해 사라진 세상의 노래를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망자를 잘 보내주기 위한 ‘씻김굿’이라 하면 누군가는 어렵고, 무거운 분위기를 떠올릴 테다. 하지만 지난 9일 씻김굿 내용을 담은 국립남도국악원의 어린이 대상 창작 국악극 ‘무당호랑이 쿵이’가 열렸던 정조테마공연장엔 어린이 관객들의 밝은 웃음과 우렁찬 목소리가 가득했다.

 

검게 태어났다고 놀림을 받아 한번도 웃어보지 못하고 세상의 노래를 모두 사라지게 한 ‘흑룡’의 울분을 달래주기 위해 어린이 관객은 주인공 백두산 호랑이 ‘쿵이’네 일행과 함께 하얀 천 위에 종이배를 띄워 보내며 씻김의 행위에 동참했다. 노래를 크게 하기 위해 함께 손뼉을 치고, 강강술래를 외치고 발을 굴렀다. 마침내 흑룡은 따뜻하고, 평안해진 마음을 얻게 됐고 쿵이네 일행과 어린이 관객은 기쁨의 박수를 쳤다.

 

지난 9일 열린 국립남도국악원의 어린이 국악극 ‘무당호랑이 쿵이’ 무대 장면. 주인공 일행은 진도 할머니를 만나 강강술래, 씻김굿, 다시래기 등 진도의 전통 노래와 연희를 배우며 노래가 가진 위로와 치유의 힘을 깨닫고, 어린이 관객은 이를 함께 체험한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지난 9일 열린 국립남도국악원의 어린이 국악극 ‘무당호랑이 쿵이’ 무대 장면. 주인공 일행은 진도 할머니를 만나 강강술래, 씻김굿, 다시래기 등 진도의 전통 노래와 연희를 배우며 노래가 가진 위로와 치유의 힘을 깨닫고, 어린이 관객은 이를 함께 체험한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지난 5일 어린이날 진도의 국립남도국악원 초연에 이어 9일 수원에서 열린 ‘무당호랑이 쿵이’는 국립국악원의 ‘2026 국악을 국민속으로’ 사업 선정작으로 국악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서사 구조와 직관적인 무대 연출이 특징이다. 수많은 민속자원을 간직한 섬 진도에 위치한 국립남도국악원에선 최근 판타지국악극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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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열린 국립남도국악원의 어린이 국악극 ‘무당호랑이 쿵이’ 무대 장면. 극은 백두산 호랑이 ‘쿵이’가 흑룡에 의해 사라진 세상의 노래를 되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이날 주인공 쿵이, 진돗개 마루, 착호갑사의 대장 강호, 미루할매 등 배우 7명과 국악연주자 4명 등 국악원의 기악·성악·무용 연주단원 11명은 강강술래, 씻김굿, 다시래기 등 진도의 전통예술을 노래와 춤, 연기로 흥미롭게 풀어냈다. 극은 관객에게 씻김굿을 말로써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쿵이네 일행과 함께 사람들의 감정과 웃음도 점점 메말라간 노래가 사라진 세상에서 흑룡의 아픔을 달래가며 자연스레 씻김의 가치를 깨닫게 했다. 그 안에서 노래가 사람들의 닫힌 마음을 열고, 서로 이어주며 혼자가 아니라 함께 부를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만든다.

 

이날 객석에 앉은 어린이 관객이 힘차게 목소리 외치고 손발을 구르자, 어색해하던 보호자 어른 관객들도 하나둘 무대에 빠져들며 손뼉을 외치고 무대가 끝나갈 즘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의 얼굴에 즐거움의 미소가 만연해 있었다.

 

박정경 국립남도국악원장. 국립남도국악원 제공
박정경 국립남도국악원장. 국립남도국악원 제공

 

박정경 국립남도국악원장은 이날 공연을 마치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씻김에는 망자가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반, 나머지 절반은 살아있는 남은 사람들이 다시금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의 치유와 회복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그것이 우리 전통이 가지고 있는 공동체의 따뜻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문화,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이 바로 어린이, 즉 자라나는 세대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전통을 어른들은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아이들은 무대 그 자체로 즐깁니다. 아이들에게서 어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어요.” 저승사자, 무당 등의 콘셉트를 활용한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이들이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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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열린 국립남도국악원의 어린이 국악극 ‘무당호랑이 쿵이’ 무대 장면. 주인공 일행은 진도 할머니를 만나 강강술래, 씻김굿, 다시래기 등 진도의 전통 노래와 연희를 배우며 노래가 가진 위로와 치유의 힘을 깨닫는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박 원장은 최근 케이팝 아이돌이 전통음악을 활용하며 세련된 콘텐츠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 “국악은 이제 막 그 가치를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또 국악의 가능성과 과제를 함께 제시했다. 경기도당굿, 경기민요 등 국악에는 지역 공동체만의 가치와 염원이 담겨있다. 지역 고유의 콘텐츠가 모여 국악이 되고, 그것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박 원장은 전통을 잘 활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원형이 제대로 보존되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국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하지만 원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활용하는 것은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지요. 전통문화를 기록하고 연구하며 그 가치를 지켜간다면 훗날 미래세대를 살릴 유용한 문화콘텐츠 자산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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