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 무대로 불리는 2026 베니스비엔날레 제61회 국제미술전에서 한국관 전시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가 5월 9일(현지시간) 공식 개막하며 국제 미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이범헌, 이하 아르코(ARKO))가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예술감독 최빛나와 참여작가 노혜리, 최고은이 함께 완성한 프로젝트로, 한국관을 단순한 전시장 이상의 ‘역사적·정치적 장소’로 재해석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해방공간’을 과거 특정 시대의 정치적 용어에 머무르지 않고,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생성되고 이동하는 현대적 실천의 공간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전시는 한국관 자체를 “역사적 과도기이자 현대진행형의 운동 공간”으로 설정하며, 국가관이라는 제도적 공간 안에서 공동체·연대·몸의 감각이 어떻게 새롭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공식 개막 하루 전인 5월 8일에는 2026 베니스비엔날레 제61회 국제미술전 참가 국가관들 사이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움직임이 이어졌다. 벨기에관·오스트리아관·네덜란드관·프랑스관 등 여러 국가관이 연대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한국관 역시 하루 동안 전시장을 닫고 특별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국제적 흐름에 동참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한 시간 동안 펼쳐진 참여형 퍼포먼스는 전시가 제안하는 ‘해방공간’의 개념을 관람객의 신체 경험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관람객들은 전시장 입구에서 일렬로 선 채 ‘탑돌이’를 연상시키는 행렬 형태로 한국관 내부를 따라 이동했고, 좁은 복도와 계단, 전시 구조물을 지나 옥상에 이르는 과정 속에서 공동의 움직임과 집단적 호흡을 직접 체험했다.
이 퍼포먼스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함께 세계를 만들어가는 지속적 실천’이라는 전시의 핵심 개념을 몸으로 체화하게 만드는 장치로 기능했다. 개별적 감상이 중심이 되는 기존 전시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관람객 스스로가 전시의 일부이자 움직이는 공동체가 되는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퍼포먼스의 마지막은 한국관 초대 펠로우들의 낭독과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언어와 몸짓, 이동과 침묵이 교차하는 장면들은 ‘요새’와 ‘둥지’라는 상반된 개념 사이에서 오늘날 인간이 경험하는 불안과 연대의 감각을 동시에 환기시켰다.
한편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는 5월 6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 프리뷰 기간 동안 세계 각국 큐레이터와 미술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전시는 베니스 현지시간 기준 5월 9일부터 일반 관람객에게 공식 공개되며, 오는 11월 22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한국관 전시는 단순한 국가 대표 전시를 넘어, 오늘날 국제사회가 직면한 정치·사회적 균열 속에서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연대와 공존의 가능성을 제안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는 점에서 더욱 깊은 의미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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