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심축이 항암제에서 비만 치료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GLP-1 계열 치료제가 폭발적인 시장 성장성을 입증하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조직 개편과 플랫폼 투자, 장기지속형 제형 개발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최근 ‘2030 중장기 비전’에 맞춰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비만과 안티에이징을 핵심 성장축으로 설정하고 사업 구조를 전면 재편한 것이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비만 치료제 사업을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한미약품은 신제품개발센터와 마케팅센터, 평택제조센터, 해외영업 조직 등을 통합한 ‘혁신성장부문’을 신설했다. 비만 치료제의 국내외 시장 안착과 상업화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연구개발(R&D) 조직 역시 비만대사센터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이 비만 치료제를 미래 핵심 캐시카우로 보고 연구개발과 생산, 마케팅 조직을 동시에 묶는 전략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움직임은 글로벌 시장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딜로이트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제약사의 후기 단계 신약 파이프라인 가운데 비만 치료제가 처음으로 항암제를 제치고 가장 높은 가치를 기록했다.
GLP-1·GIP 기반 비만 치료제는 전체 후기 파이프라인 예상 매출의 약 25%를 차지했다. 2022년 1% 수준에 불과했던 비만 파이프라인 비중은 최근 급격히 확대됐다. 반면 항암제 비중은 감소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제약 산업의 수익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비만 치료제가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당뇨와 심혈관 질환, 지방간 등 만성질환 관리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장기 복용 시장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웅제약은 장기지속형 비만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대웅제약은 최근 바이오 스타트업 티온랩테라퓨틱스와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월 1회’ 장기지속형 주사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는 주 1회 투여 방식이 주류지만, 양사는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연간 투약 횟수를 기존 52회에서 12회 수준으로 줄인다는 목표다. 투약 편의성을 높여 복약 순응도를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웅제약은 이미 국내 임상시험계획(IND) 신청도 마친 상태다. 업계에서는 장기지속형 제형 경쟁이 향후 비만 치료제 시장의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비만 치료제 경쟁이 단순 신약 개발을 넘어 플랫폼과 제형, 투약 편의성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구제와 마이크로니들, 장기지속형 주사제까지 기술 경쟁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 글로벌 제약사들이 항암제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지금은 비만 치료제가 연구개발과 투자 자금을 빨아들이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단순 제네릭 경쟁에서 벗어나 장기지속형 플랫폼과 병용 전략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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