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수단으로 예외·보충적 발동…구체안은 의견수렴 거쳐 마련
설탕담합 사례 거론…"이런 담합 반복 때 상당히 엄중한 조치 필요"
(마닐라=연합뉴스) 송정은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기업집단으로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이 시장 독과점화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익편취, 부당지원 행위 등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억제하는 데도 구조적 조치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가 고질적인 반복 담합을 근절하기 위해 구조적 조치 도입 여부를 고려하겠다고 예고한 데 이어 그 효과성이 클 분야를 추가로 제안한 것이다.
구조적 조치 도입은 법 개정 사항으로 구체적인 안이 마련되지는 않았다. 공정위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게 신속히 의견수렴을 거치겠다는 방침이다.
주 위원장은 7일(현지시간) 국제경쟁네트워크(ICN) 참석차 방문한 필리핀 마닐라에서 국내 기자단과 만나 "위법행위를 미래에 중지시키는 행태적 시정조치와 사후적인 과징금 부과로는 독과점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디지털 경제의 확대 속에서 과도한 독과점력의 폐해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조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구조적 조치는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 경쟁당국의 표준 행정조치 중 하나로 우리 공정거래법에도 이를 보다 명확히 규정하는 것만으로도 독과점의 폐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적 조치는 중대하고 구조적인 경쟁제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분할, 지분매각, 영업 양도 등을 명령하는 강력한 시정 수단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23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담합이 반복되는 등 사업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구조적 조치 도입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주 위원장은 반복 담합과 관련해 "설탕담합 사건은 회사 중요 임원까지 관여하고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며 장기간 이뤄진 담합이었다"며 "이런 담합이 반복된다면 상당히 엄중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 이 정도 사건은 영업양도라는 구조적 조치를 활용할 사안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CJ 같은 큰 기업은 사회적 책임도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도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특히 구조적 조치는 최후의 수단으로 예외적이고 중대한 상황에 한정해 보충적으로 발동되도록 최대한 신중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법 위반 행위에, 어느 수준의 구조적 조치를 도입할 것인지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다른 조치로는 독과점 폐해 개선이 어렵다거나 국민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는 중대한 법 위반이 반복되는 경우를 거론했다.
10일 공정위에 따르면 미국, EU, 일본 등 주요 선진 경쟁당국은 경쟁법상 구조적 조치를 두고 있으며 지난 수십 년간 활용하지 않다가 디지털 경제 확산과 독과점 심화 흐름에 발맞춰 최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추세다.
미국 경쟁당국(DOJ)은 2020년 구글이 인터넷 검색서비스·광고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시장지배력을 유지한 사안에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 사업부를 매각하고 안드로이드 사업부를 분리하는 내용의 강력한 구조적 조치를 법원에 요청했다.
2023년에는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을 짬짜미한 사안에 관해 담합 주요 주동자인 테바제약을 상대로 담합의 근거가 된 사업 부문을 제3자에 매각하도록 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EU 경쟁당국 역시 지난해 구글이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독과점을 남용한 사안에 관해 구글에 자진 시정방안 제출을 요청하면서 구글 광고 기술 사업 부문 구조적 조치가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의견을 냈다.
주 위원장은 "선진국 경쟁당국의 법 집행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공정위도 우리 경제의 독과점 고착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엄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탕, 밀가루 등 과점 구조가 굳어진 시장에서는 수십 년간 담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신생 산업이라 볼 수 있는 플랫폼 분야에서도 네트워크 효과와 쏠림현상으로 인해 2∼3개 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s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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