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투쟁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임금 갈등을 넘어 한국 사회가 삼성전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노조가 회사의 이익 창출에 기여한 노동자 몫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오늘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오롯이 회사와 정규직 구성원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파업 시도는 더 넓은 사회적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국가 산업정책, 세제·인프라 지원, 교육 시스템, 협력업체 생태계, 지역사회의 수용과 희생 속에서 성장해 왔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노조 역시 성과 배분을 요구할 때 '우리 몫'만이 아니라 '함께 만든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질문을 함께 던져야 한다.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의 대표 기업이자 반도체 산업의 상징이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어느 한 기업이 단독으로 구축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대규모 전력과 용수, 산업단지, 도로·항만·물류망, 연구개발 인력, 대학·공공 연구기관, 협력업체 기술력, 정부의 전략산업 육성 정책이 맞물려야 가능한 산업이다. 특히 반도체 공장은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용수 확보 없이는 가동 자체가 어렵다. 이런 기반은 사회 전체가 부담한 공공 인프라와 국가 산업정책의 결과물이다. 삼성전자의 성장은 기업의 도전과 투자만으로 설명될 수 없고, 한국 사회가 장기간 제공해 온 제도적·물적 토대 위에서 가능했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인재 문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우수한 엔지니어와 연구개발 인력에서 나오지만, 이 인재들은 기업 내부에서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공교육, 대학, 연구기관, 병역특례와 이공계 육성 정책,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투자 속에서 길러진 인력들이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을 떠받쳐 왔다. 국가와 사회가 교육비와 연구 기반을 감당하고, 청년들이 치열한 경쟁을 거쳐 축적한 역량이 결국 삼성전자의 생산성과 수익성으로 연결된 셈이다. 따라서 삼성전자 구성원들이 성과 배분을 요구할 수 있다면, 그 성과를 만들어낸 더 넓은 사회적 기반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협력업체와 하청 생태계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전자의 반도체·가전·모바일 사업은 수많은 부품사, 장비사, 소재사, 물류·서비스 협력사와 연결돼 있다. 이들 기업의 노동자들은 삼성전자 정규직과 같은 브랜드의 성과를 직접 공유하지 못하면서도, 납기 압박과 품질 경쟁, 원가 절감 구조 속에서 산업 경쟁력을 떠받쳐 왔다. 반도체 호황기에 삼성전자 정규직 노동자들이 수억원대 성과급을 요구하는 동안,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임금과 고용 안정성은 같은 속도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투쟁은 '정당한 요구'와 '좁은 이익 투쟁' 사이의 평가를 가르게 된다.
물론 노조가 조합원의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우선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조는 자선단체가 아니고, 회사의 성과에 기여한 노동자들이 보상을 요구하는 것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삼성전자 노조가 가진 상징성과 영향력이다. 삼성전자는 평범한 제조업체가 아니라 한국 산업정책의 핵심 수혜자이자 국민경제와 직결된 기업이다. 그런 기업의 노조가 성과급 문제만 전면에 내세우고 협력업체·비정규직·지역사회와의 연대 메시지를 거의 내놓지 않는다면, 국민적 공감대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고임금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자신들의 몫만 요구한다는 인식이 굳어질 경우, 파업의 명분은 노동권이 아니라 특권 방어로 비칠 위험이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파업의 강도보다 메시지의 폭이다. 성과급을 요구하더라도 "반도체 성과가 정규직 내부 보상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협력업체 노동자와 산업 생태계의 처우 개선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사회적 도움으로 성장한 만큼 이익 공유 구조를 넓혀야 한다"는 원칙을 함께 제시했다면 논란의 양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투쟁의 중심은 조합원 성과급 확대에 치우쳐 있다. 이는 삼성전자 노조가 급성장한 조직임에도 아직 사회적 책임에 대한 언어와 경험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삼성전자에도 책임은 있다. 회사는 그동안 국가적 지원과 사회적 인프라의 수혜를 받아 성장했음에도, 성과 배분 구조를 정규직 내부와 주주 중심으로만 설계해 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노조가 성과급을 요구하게 된 배경에는 회사가 성과 기준과 배분 방식을 투명하게 설명하지 못한 문제도 있다. 따라서 이번 논란을 노조만의 문제로 돌릴 수는 없다. 삼성전자는 협력업체와 비정규직까지 포함한 산업 생태계 차원의 상생 구조를 더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성과급 갈등을 단순한 노사 힘겨루기로만 다룰 것이 아니라, 반도체 호황의 과실을 어떤 방식으로 사회와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책임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총파업 논란에서 삼성전자 노조가 피할 수 없는 질문은 분명하다. 삼성전자가 사회적 도움을 받아 성장한 기업이라면, 그 안에서 가장 안정적인 지위와 높은 보상을 누리는 정규직 노동자들도 사회적 책임을 일부 나눠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노동운동의 힘은 단순히 더 많은 임금을 얻어내는 데서만 나오지 않는다. 더 약한 노동자와 연결되고, 시민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힘을 갖는다. 삼성전자 노조가 이번 투쟁을 성과급 인상 요구에만 가둔다면 조직은 커질 수 있어도 사회적 신뢰는 얻기 어렵다.
결국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시도는 한국 대기업 노조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묻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회의 지원 속에서 성장했고, 그 성과는 회사와 정규직만의 것이 아니다. 반도체 산업의 성공에는 협력업체 노동자, 지역사회, 공공 인프라, 교육 시스템, 국가 정책이 함께 녹아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도 이제는 조합원 성과급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의 공정한 분배와 사회적 연대로 확장돼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삼성전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노조의 책임이며, 총파업이 국민적 설득력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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