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방식으로 운영된 화장품 업체에 돈을 넣고 수익금을 받아간 투자자들이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수익이 사업소득이 아닌 이자소득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영민 부장판사)는 지난 3월 강서·반포·성북세무서장을 상대로 투자자 3명이 낸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이들 투자자에게는 2024년부터 2025년까지 각각 4천만원, 2천400만원, 900만원 규모의 종합소득세가 부과된 바 있다. 과세 근거로 세무당국이 제시한 것은 비영업대금 이익이다. 금전 대여업을 본업으로 삼지 않는 개인이 일시적으로 자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나 수수료가 이에 해당하며, 소득세법 시행령상 이자소득으로 분류된다.
투자자 측은 자신들이 받은 수익금이 사업소득 성격을 띤다며 과세 처분을 다퉜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문제의 화장품 업체가 실제 제품 거래 없이 위탁판매를 가장해 다단계 구조로 자금을 굴렸다는 사실이 핵심 근거가 됐다.
조사 결과 이 업체의 운영 방식은 전형적인 폰지 사기 구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장품 공동구매 사업에 투자하면 4개월간 원금의 5%를 수익금으로 지급하고, 5개월 후 원금을 돌려주겠다'며 자금을 모집했다. 실상은 신규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 배당을 막아가는 방식이었다. 해당 업체 회장은 2022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고, 이듬해 형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투자자들의 위치를 명확히 규정했다. 화장품 위탁판매에 따르는 사업 위험을 전혀 부담하지 않았고, 사전에 약속된 금액만 수령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은 독립적 사업자가 아닌 단순 자금 제공자로 봐야 한다고 설시했다.
대법원 판례도 판단의 근거로 활용됐다. 금전 대여 행위가 사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영리성과 계속성, 반복성 등 여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기존 법리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점, 불특정 다수와 반복 거래한 정황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영리 목적의 금전 대여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최종 판시했다.
Copyright ⓒ 나남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