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개헌 첫걸음 못 뗀 정치권…국민은 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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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개헌 첫걸음 못 뗀 정치권…국민은 들러리?

연합뉴스 2026-05-10 08:08: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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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네탓 공방' 꼴불견…본격 논의·공론화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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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DB]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6·3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려던 헌법 개정 시도가 끝내 무산됐다. 여야는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국민은 정치권의 '개헌쇼'에 들러리만 선 꼴이 됐다.

국민투표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대해 국민 총의를 물을 수 있도록 한 헌법 절차이다. 정부 수립 이후 6차례 치러졌으며, 정부 신임을 물었던 한 차례를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 개헌을 위한 투표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7일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뒤부터 재외국민 투표를 위해 세계 175개 공관에 재외국민투표 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투표인 등록 신청을 받아 명부를 작성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를 하던 참이었다. 지방선거에는 재외국민투표가 없어 개헌만을 위한 것이었다.

39년 만의 개헌 불발…울분 터트리는 우원식 국회의장 39년 만의 개헌 불발…울분 터트리는 우원식 국회의장

(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제435회 국회(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헌법 개정안 표결과 50개 법안 처리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안건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2026.5.8 eastsea@yna.co.kr

하지만 여야 6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표결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튿날 다시 상정하려다 제1야당의 반대가 계속되자 방침을 철회했다. 39년 된 '1987년 체제'를 바꾸려는 시도가 또한번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국민투표 준비도 중단됐다.

이번 개헌안은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고 계엄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한 번에 모든 이슈를 담아내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단계적 개헌을 위한 첫걸음을 떼려던 것이었으나, 이마저도 성사되지 않아 개헌은 기약없이 미뤄지게 됐다.

개헌을 추진하던 여당인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책임을 돌렸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독단적인 개헌 추진을 탓하는 것으로 맞불을 놓았다. 개헌을 기대하던 국민들에 사과하는 대신 서로를 비난하는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개헌 시도의 시작에서 무산까지 국민은 구경꾼에 머문 셈이다.

다수 의석을 차지했지만 개헌선에는 못 미치는 여당이 제1야당을 설득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밀어붙이려다 실패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의 주도권을 쥔 여당으로서 끝내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한 정치력 부족을 되돌아봐야 한다.

[그래픽] 개헌 절차 [그래픽] 개헌 절차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정부는 6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야 의원 187명이 발의한 '대한민국헌법 개정안' 공고안을 심의·의결했다. yoon2@yna.co.kr

국민의힘은 "자신들 입맛에 맞는 헌법 개정"이라며 반대 당론을 고수했지만, '잘못된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 정치적 복귀'에 대한 반대를 표명한 마당에 개헌안 내용을 빌미 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시대적 요구보다 정략적 계산을 앞세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비교적 쉬운 고비도 못 넘었다. 이번 개헌안의 경우는 권력구조 개편과 같은 첨예한 쟁점을 뺀 상징적 조항 중심이라서 합의 가능성이 높았는데도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개헌이 시대적 요구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무책임한 정치적 계산에 몰두한 결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39년 만의 개헌 불발…안건 없는 본회의 39년 만의 개헌 불발…안건 없는 본회의

(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제435회 국회(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헌법 개정안 표결과 50개 법안 처리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안건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2026.5.8 eastsea@yna.co.kr

지방선거 이후에는 달라져야 한다. 국회 개헌특위를 비롯한 로드맵과 쟁점 논의 구조를 갖추고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 속에서 공론화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정부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한 만큼 철저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 당정청 공동특위같은 실질적 힘이 실린 구조가 필요하다.

한반도 주변을 비롯한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거대한 회오리를 몰고 올 수 있는 개헌 논의를 위한 시간이 충분할지도 미지수다. 네탓 공방 대신 새로운 기회 포착에 나설 때다. 개헌은 정치 이벤트가 아니라 국가 설계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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