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충격 막았지만…16% 넘게 뛴 수입물가, 시차 두고 영향줄 듯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안채원 기자 = 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와 석유가격 안정 정책 등을 통해 단기적인 가격 상승을 억제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흐름을 피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 물가 상승률 OECD 평균 밑돌아…에너지 제외하면 1.8%
국내 물가는 아직은 안정적인 모습이다. 1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2%로, OECD 평균(4.0%)을 밑돌았다.
에너지 물가 상승률은 5.2%로, OECD 평균(8.1%)과 차이가 더 컸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로 반등했지만, 석유류를 제외하면 1.8%에 머물렀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은 크게 들썩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유류세 인하와 가격 안정화 정책이 단기 상승 압력을 일부 완화하며 '방파제' 역할을 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현재 시장 가격 상승분 일부를 흡수하는 방식의 가격 안정 정책과 유류세 인하 연장 등을 시행 중이다. 국제 유가 상승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 경로가 일정 부분 제한된 상태인 것이다.
◇ 수입물가, 국내 공급 물가 모두 들썩
다만 글로벌 물가 상승이 수입물가를 거쳐 전이되는 점이 불안 요인이다. 수입물가는 계약 시점 기준으로 산출돼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3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는 전월 대비 16.1% 급등했다. 1998년 1월(17.8%) 이후 28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승세는 국내 물가 전반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OECD 회원국 전반의 물가 상승으로 원자재와 공업품 등 수입 단가가 동반 상승하면서, 국제 유가 급등이 에너지에만 그치지 않고 전반적인 수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수입 물가 상승이 기업의 생산 원가 부담을 높이며 생산자물가 역시 1.6% 올랐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4월(1.6%)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통관 기준 수입물가와 국내 출하 가격 등을 반영하는 국내공급물가지수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2.3%로 2022년 4월(2.7%) 이후 가장 높았다. 수입품과 국내 생산품을 모두 포함한 공급 단계 전반에서 가격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 정부, 최고가격제로 '물가 연착륙' 유도…효과 제한 우려도
정부는 석유최고가격제를 중심으로 '물가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분이 소비자 가격에 한꺼번에 반영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해 체감 물가 충격과 2차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비용 상승 압력이 누적되다 보면 정책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커진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제 유가 오름세가 석유류를 넘어 주요 원자재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라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수입물가 급등은 필연적으로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를 전방위로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고가격제는 재정을 투입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식이어서 장기화할 경우 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유가 불안이 지속될 경우 다른 정책 수단을 병행하거나 대체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chae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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