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뉴토끼.
국내 최대 규모의 불법 웹툰·웹소설 유통 사이트 '뉴토끼'가 지난달 27일 마나토끼, 북토끼와 함께 갑작스럽게 서비스 종료 공지를 올리며 문을 닫았다. 그러나 폐쇄 공지를 올린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뉴토끼라는 같은 이름을 달고 유사 사이트가 재등장했다. 사이트에들어가 보면 전 뉴토끼보다 오히려 잘 정돈된 인터페이스가 눈에 띈다. 카테고리 구분이 명확해지고 탐색도 편리해졌다. 불법 사이트가 오히려 더 세련된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용자 끌어들이려 현금까지 내걸어
단순 부활에 그치지 않았다. 사이트 운영자는 의욕적이다.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현금까지 내걸었다. 뉴토끼 링크를 공유하면 방문자 1명당 1원이 자동 적립되고, 10만 원 이상 모이면 계좌로 출금할 수 있다는 '현금 지급 이벤트'를 열고 있다. 불법 콘텐츠 유통망을 이용자들이 스스로 확산하도록 유도하는 구조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역자·식자·업로더 모집 공고도 함께 올렸다. "모든 지원 환영, 성과에 따라 높은 수익 보장"이라는 문구와 함께 텔레그램 채널로 문의를 받고 있다. 사이트 폐쇄 전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조직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다.
긴급차단제 이틀 앞인데 정상운영
지난달 30일 뉴토끼 사이트에 올라온 공지를 보면 이미 소설 부문은 신작 업데이트가 진행 중이고, 만화 부문도 2, 3일 내 업데이트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공식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도메인 차단 시 우회 및 신규 도메인을 즉시 안내하겠다"고 공지했다. 정부의 차단 조치에 대비한 우회 경로까지 사전에 마련해 둔 셈이다. 공지는 말 그대로 이행됐다. 9일 현재 소설·만화·웹툰 부문 모두 콘텐츠 업데이트가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 긴급차단제 시행을 이틀 앞둔 시점에도 사이트는 아무런 제재 없이 정상 운영 중이다.
뉴토끼에 올라온 공지.
뉴토끼가 돌아온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원래 운영자와 무관한 제3자가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빠르게 유사 사이트를 개설했다는 설, 원래 운영자가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종료 공지'를 위장막으로 활용한 뒤 실질적으로 운영을 재개했다는 설, 원래 운영자가 서버와 콘텐츠 데이터베이스를 제3자에게 매각해 새로운 운영 주체가 사업을 이어받았다는 설이 온라인에서 나온다. 어느 쪽이든 뉴토끼라는 브랜드와 콘텐츠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이용자 기반은 사이트 폐쇄만으로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유명 웹소설들도 올라와 있다.
뉴토끼의 규모는 상당하다. 트래픽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뉴토끼, 마나토끼, 북토끼 세 사이트의 월간 방문 횟수는 약 1억 회를 웃돈다. 이용자가 가장 적은 시간대인 새벽 4~6시에도 동시 접속자가 4만~5만 명에 이른다. 2024년 8월 기준 뉴토끼 방문자 수는 1억3000만 회, 페이지뷰는 11억5000만 회에 달했으며, 웹툰 작품 피해액은 398억 원으로 추산됐다. 일본 만화 2만여 개와 한국 웹툰 7000여 개를 불법 유포해 만화 업계에 월 3조 원에 달하는 손실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왜 폐쇄됐나, 왜 다시 살아나나
지난달 27일 오전 문화체육관광부가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를 발견 즉시 긴급차단하는 제도 시행을 공식 선언하자 뉴토끼·마나토끼·북토끼는 보도자료가 배포된 직후 사실상 동시에 서비스 종료 공지를 게시하고 접속을 차단했다. 한국 경찰과 일본 수사 당국의 공조로 해외에 거점을 둔 운영진의 신원이 특정됐고,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플랫폼사들이 제기한 수백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이 실질적인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토끼에 홈페이지 화면.
그러나 정부의 긴급차단 제도는 사이트 접속을 막는 '문단속' 차원이다.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하고 사법 절차를 밟기 전까지는 사이트를 폐쇄할 수 없다. 기존 사이트 운영자가 불법 유통 콘텐츠를 다른 곳에 저장해 뒀다면, 주소만 바꾼 다른 사이트를 다시 열어 데이터를 복구할 우려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11일부터 뉴토끼 등 불법 사이트에 대한 긴급차단·접속차단 제도를 시행한다. 기존에는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를 막으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했고, 이 과정이 수개월씩 걸려 실효성이 극히 낮았다. 불법 사이트들은 차단 결정이 나기 전에, 혹은 이후에도 도메인만 바꿔 우회 운영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해왔다. 실제로 뉴토끼 폐쇄 선언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부터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뉴토끼·마나토끼의 최신 접속 주소가 공유되기 시작했고, 채널 구독자는 일주일 만에 1만5000명을 넘겼다. 긴급차단제가 시행되더라도 텔레그램을 통한 우회 접속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운영자는 어디에, 수사는 제자리
뉴토끼가 수년째 단속을 피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는 운영자의 소재 문제다. 뉴토끼 운영자는 한국 국적자였지만 2022년 일본으로 귀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이 일본 외무부에 수사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국내 송환 등 뚜렷한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현재 사이트를 운영 중인 주체가 기존 운영자인지, 아니면 다른 인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운영자 처벌 기준과 관련해 현재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이 적용되지만, 오는 8월 11일부터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으로 대폭 상향된다.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침해자에 대해서는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물어내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도입됐다. 문제는 운영자가 국내에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제 형사사법공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창작자들은 어떤 피해를 입고 있나
네이버웹툰·카카오페이지·리디 등 합법 플랫폼에서 유료로 제공되는 작품이 불법 사이트에 무단 게재되면서 독자들이 결제를 건너뛰는 구조가 굳어졌고, 인기 웹툰의 경우 정식 연재 직후 수 시간 내에 불법 사이트에 올라오는 일이 반복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관련 기관들이 추산한 연간 피해 규모는 수천억 원대에 이른다.
히트작들이 뉴토끼에 올라와 있다.
수익성 때문에 설령 원래 운영자가 잡히더라도 후계자가 나타나는 구조가 반복된다. 도메인은 몇만 원이면 살 수 있고, 서버는 해외에 두면 국내 수사기관의 손이 미치기 어렵다. 수익은 암호화폐나 해외 계좌를 통해 은닉하면 추적이 까다롭다.
뉴토끼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면 결국 운영자 검거가 전제돼야 한다. 과거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였던 '밤토끼' 운영자 역시 해외 서버를 이용하며 도주를 이어갔으나, 2018년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부산경찰청에 결국 검거돼 실형을 선고받은 선례가 있다. 접속을 막는 것과 사이트를 없애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부가 긴급차단 제도로 문은 걸어 잠그고 있지만, 열쇠를 쥔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아직은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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