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부 '가정의달 기념식' 축하무대 장식한 '색동나무 인형극단'
국내 첫 결혼이주여성극단 창단…"다문화 이해 커지며 아이들도 당당해져"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넌 왜 손으로 밥을 먹어?"
"필리핀에선 손으로 먹는다고! 그건 함께 먹는 즐거움과 평등함을 상징해."
"이렇게 우리 모두 먹는 문화가 다르구나. 우리가 서로 다른 걸 모르고 이상하다, 시끄럽다, 더럽다고 하고 오해가 생긴 것이구나."
8일 서울 용산구 피스앤파크 컨벤션을 찾은 300여명은 인형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시선이 집중된 인형극 '돼지마을 밥소동' 무대 뒤편에는 각자 막대 인형을 든 채 열연한 결혼이주여성 6명이 있었다.
중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외국 출신의 광양 거주 결혼이주여성들로 이뤄진 극단 '색동나무 인형극단' 단원들이다.
이들은 성평등가족부 주최 '2026 가정의 달 기념식' 축하 공연을 위해 이날 새벽 광양에서 출발했다. 늘 그렇듯이 무대 장치와 인형, 각종 소품도 직접 차에 실었다.
"가정의달을 맞아 정부에서 하는 이렇게 큰 행사에 불러 주셔서 정말 기쁘고, 영광입니다. 외국 며느리로서 이렇게 대한민국에서 즐겁게 활동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이날 공연을 마치고 연합뉴스와 만난 '색동나무 인형극단' 단원들의 얼굴에서는 뿌듯함이 묻어났다.
2021년 광양시가족센터 주도로 만들어진 극단은 어린이집, 노인정, 학교, 도서관, 돌봄센터 등을 돌며 인형극을 선보이고 있다.
창단 5년 만에 지역을 넘어 전국구 활동을 펼칠 정도로 '찾아가는 다문화 이해의 모범' 사례로 자리를 잡았다. 광양시와 포스코1%나눔재단의 지원도 큰 역할을 했다.
극단이 선보이는 총 8편의 인형극 모두 100% 창작물이다.
단원들은 직접 대본을 쓰고, 녹음을 하고, 스펀지를 깎아 인형을 만들고, 미싱까지 배워 인형 의상을 제작한다.
창단 멤버인 중국 출신 장단 씨는 "처음엔 너무 어색하고 막대 인형을 잡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언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단원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공연 횟수가 쌓이고 서로 호흡도 좋아지면서 인형극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베트남 며느리와 한국인 시어머니의 갈등을 그린 '고부열전' 편처럼 자신과 주변의 실제 경험을 생생하게 담아낸 이야기에 공감하는 관객이 많다.
장명숙 가족센터 주임은 "이분들이 가족센터 동아리실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며 "20분짜리 공연을 위해 한국어 대사를 달달 외웠다"고 귀띔했다.
인도네시아 출신으로 입단 2년 차인 누루 하사나 씨는 "처음엔 한국말을 진짜 못 했다"며 "저희를 가르치는 한국어 선생님에게서 '한국말 못 하면 인형극 못 해요'라는 소리도 들었다"며 웃었다.
인터뷰에서 유창한 한국어를 보여준 그는 이제 극단에서 아이디어 제조기로 통한다.
단원들은 인형극을 통해 자신부터 달라졌다며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교육청과 협력해 지역에서 '다문화 교육 강사'로도 나서고 있다.
여전히 지역사회에서 결혼이주여성을 '도움을 받는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이 있지만, 이들은 반대로 지역 아이들에게 교육과 문화를 전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장단 씨는 "아무래도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엄마가 외국 출신이라 자존감이 낮다. 나도 우리 아이가 왕따당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며 "인형극을 통해 나도 달라지고, 아이들도 당당해졌다"고 전했다.
지난해만 해도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던 베트남 출신 황타인람 씨도 낯빛이 달라졌다는 게 장 주임의 설명이다. 황타인람 씨는 요즘 주말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인형극 연습실을 찾는다.
단원들은 "내일도 공연이 예정돼 있다"며 즐거운 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떴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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