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예상 밖의 고용 호황과 반도체 업종 랠리에 힘입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9일(현지시간) 거래를 마친 S&P 500 지수는 전일 대비 61.82포인트(0.84%) 상승한 7,398.93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440.88포인트(1.71%) 뛰어오르며 26,247.08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2.19포인트(0.02%) 소폭 오른 49,609.16에 그치며 상대적으로 차분한 움직임을 나타냈다.
이번 상승장의 핵심 촉매제는 노동시장의 예상 외 강세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노동부가 공개한 4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11만5천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월가 전문가들이 내다본 5만5천명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미·이란 무력 충돌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 압박에도 고용시장의 견고함이 재확인된 셈이다.
반도체 섹터의 질주도 지수 견인에 한몫했다. 인텔은 애플의 차세대 디바이스용 칩 위탁생산 계약 체결 소식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전해지자 주가가 14% 가까이 치솟았다. 시가총액은 5천400억달러를 돌파했으며, 연초 이후 누적 상승률은 약 250%에 달한다. 이 소식은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마침내 궤도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엔비디아와 AMD 등 경쟁사 주가에도 매수세가 번졌다.
그러나 실물경제에 대한 국민 체감은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미시간대학교가 집계한 5월 소비자 심리지수 잠정치는 48.2로, 1952년 조사 개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응답자 10명 중 3명이 관세 이슈를 우려 요인으로 꼽았고, 치솟는 연료비에 대한 불안감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 원유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미군은 오만만 내 이란 항구로 향하던 이란 유조선 2척을 해상봉쇄 돌파 시도 중 무력으로 제압했다고 발표했다. 하루 전에도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양국 군이 교전한 바 있어, 공식적으로는 유지 중인 휴전 체제의 지속 여부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 여파로 7월물 브렌트유 선물은 1.23% 오른 배럴당 101.29달러에,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0.64% 상승한 95.42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다만 주간 기준으로는 6% 넘게 빠졌다. 골드만삭스가 기관투자자 837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에서 40%는 해협 통행 정상화 시점을 7월 말 이후로 전망했다.
로이터 통신은 투자자들이 물가 상승 공포보다 미국 경제의 탄탄한 기초체력에 더 무게를 두면서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강력한 고용 수치가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더라도 경기 연착륙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채권시장은 비교적 잔잔했다.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bp(1bp=0.01%포인트) 내린 4.36%를 나타냈고, 2년물은 3.89%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0.2% 밀렸으며, 금 현물은 0.8% 올라 온스당 4천772.81달러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의 에드워드 해리슨은 "에너지 비용 상승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미국 경제가 강한 복원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노스라이트 자산운용의 크리스 자카렐리는 "비관론자들의 예측과 달리 경제 상황은 상당히 양호하다"며 "고유가, 인플레이션, 장기 고금리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노동시장은 꾸준히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나남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