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주 대법, 주민투표 통과한 선거구 재획정안 위법 판결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美여야 장군멍군식 '게리맨더링' 난맥상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미국 버지니아주 대법원은 8일(현지시간) 야당인 민주당에 유리하게 만들어진 버지니아주 연방 하원 선거구 재획정안을 무효화했다.
오는 11월 연방 의회 의원과 주지사 등을 뽑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특정 정당·후보에 유리한 선거구 조정하는 것)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민주당으로서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버지니아주 대법원은 지난달 치러진 버지니아주 연방 하원 선거구 재획정안 주민투표 결과에 대해 4대 3으로 무효화하고, 기존 선거구 편성대로 중간선거를 치르도록 명령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주 대법원의 다수 견해를 대표해 판결문을 쓴 아서 켈시 대법관은 주민투표 문안이 "전례 없는 방식"이었다면서 "이러한 위반은 주민투표의 진실성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하기에 이를 무효화한다"고 적었다.
결과가 무효화된 주민투표(4월21일 실시)는 버지니아주에 할당된 연방 하원 의석 11석(현재 민주 6석·공화 5석) 가운데 최대 10석을 민주당이 확보할 수 있게끔 하는 선거구 재획정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것이었다.
민주당 우세주인 버지니아에서 민주당 주도로 추진된 선거구 개편안에 대한 주민투표는 가결되긴 했지만 찬성 51.5%, 반대 48.5%로 팽팽했다.
주민투표 용지에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주의회가 새 하원 선거구를 임시로 채택할 수 있도록 버지니아주 헌법을 개정해야 하며, 동시에 2030년 인구조사 이후 모든 선거구 재조정에서는 기존 버지니아주의 표준 선거구 획정 절차가 재개되도록 보장해야 하나?'라는 긴 문장이 적혔고, 이를 두고 공화당은 중립적이지 않다는 등의 주장을 펴면서 소송을 냈다.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판결에 반색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민주당이 주도한 선거구 획정을 "끔찍하다"고 표현하며 "버지니아에서 공화당과 미국에 큰 승리"라고 적었다.
반면, 하킴 제프리스(뉴욕) 민주당 연방 하원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주 대법원이 버지니아주 주민들의 목소리를 무효화하고 권리를 박탈하며, 적법 절차권을 침해하기로 결정했다. 투표 전체를 뒤집는 이런 판결은 전례가 없으며 용납될 수 없게 비민주적"이라고 반발했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이어 "이 충격적 판결을 뒤집기 위한 모든 방안을 찾고 있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하원 민주당은 11월 중간선거에 승리해 트럼프와 공화당이 촉발하는 극단주의에서 이 나라를 구할 것이다. 우리 싸움을 끝나지 않았다. 이제 막 시작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집권 2기 후반기 입법부 권력 지형도를 다시 그릴 중간선거를 약 반년 앞두고 연방 하원 다수당 지위를 지키려는 공화당과 이를 탈환하려는 민주당의 '게리맨더링' 전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양당이 의석수가 많은 대형 주(州)인 텍사스(공화당 우세)와 캘리포니아(민주당 우세)에서 '장군·멍군'을 주고받은 데 이어, 버지니아주에서 민주당이 연방하원 의석을 더 확보하는 선거구 재획정 주민투표가 가결되자 공화당은 그만큼의 의석을 더 확보하기 위해 플로리다주에서 선거구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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