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대형 암석이 무너져 내리며 지나가던 행인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은 오래전부터 위험성이 제기돼 왔으나 안전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3일 오전 10시 47분께 대구 남구 봉덕동 소재 지하도 옆 경사로에서 거대한 바위 여러 개가 통행로 쪽으로 쏟아져 내렸다. 이곳을 걷고 있던 50대 남성이 쏟아진 암석에 깔리면서 현장에서 사망했다.
해당 지하도는 고산골 입구에 위치하며, 인근 마을과 신천 둔치를 잇는 주요 통로 역할을 한다. 일방통행 차로와 인도가 펜스를 경계로 나란히 조성돼 있어 차량과 보행자 모두 빈번하게 이용하는 곳이다. 앞산 등산로와 고산골 공룡공원으로 향하는 길목이기도 해 지역 주민은 물론 외부 등산객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사고 원인을 놓고 일부에서는 바위 틈에 뿌리내린 나무가 강풍에 넘어지면서 암석을 끌어내렸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대구기상청 관측 자료에 의하면 당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대구 지역 평균 풍속은 초속 9m, 순간 최대 풍속은 초속 16m에 달했다.
그러나 현장을 살펴본 결과, 사고가 난 지하도 입구 바로 옆 경사면에는 대형 암석들이 불안정하게 놓여 있음에도 낙석 방지 펜스나 위험 안내 표지판이 전무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사고 지점에서 마을 안쪽 방향으로 불과 3~4m 떨어진 곳부터는 수십 미터에 걸쳐 산비탈 전면에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펜스 한편에는 2024년 4월 남구청이 이 일대를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했다는 안내판까지 부착된 상태였다.
인근 주민 한 명은 안전 펜스를 손으로 가리키며 "낙석 위험을 우려한 주민들이 예전부터 구청에 민원을 수차례 넣었고, 그래서 저 펜스가 생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2022년 펜스 공사에 앞서 산사태 취약 구역 조사를 진행했는데, 당시 사고 지점은 해당 구역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암석의 형태와 위치를 고려했을 때 펜스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장 안정성 확보와 보강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인력을 투입해 통행을 제한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구시 역시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해 시민 이동이 잦은 도로변, 지하통로 주변, 낙석 우려 지역뿐 아니라 옹벽과 축대 등을 대상으로 긴급 안전 점검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고가 관계 당국의 안전 조치 소홀에서 비롯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남구청 등을 대상으로 업무상 과실 여부를 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나남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