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기 위해 서점, 생활용품 매장 등을 찾는 행위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 쪽에선 "주점이든 어디든 좋은 이성을 만나기 위한 개인의 판단에 간섭해선 안 된다"는 찬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다른 쪽에선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불쾌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만남의 장소에 엄격한 선을 긋기보다 장소를 불문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정중한 매너를 갖췄는지 여부가 본질"이라며 갑론을박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때와 장소 구분해야" vs "인연 찾는 마음 존중해야" 이성 만남의 장소 두고 엇갈린 시선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생활용품 매장에서 이성에게 연락처를 요구받았다는 경험담이 게시됐다. 게시글 작성자 A씨는 매장 내에서 물품을 고르던 중 한 남성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외모 칭찬과 함께 번호 요구를 받았으며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한동안 접근이 이어져 불편했다고 적었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도 비슷한 내용의 게시물이 여럿 올라오고 있다. 생활용품 매장에서 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로는 생활용품 매장을 찾는다는 것은 평소 검소한 소비습관을 가졌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것이었다.
시중의 대형 서점에서도 비슷한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SNS 등에는 시중의 대형 서점을 콕 짚어 '떠오르는 헌팅 명소' '번따(번호 따기) 성지' 등으로 표현하는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서점을 찾는다는 것은 지적 수준이나 직업이 어느 정도 이상이 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며 자세한 이유를 적어 놓은 게시물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서울 신논현역 인근 교보문고에서 근무하는 이상엽 씨(29·남·가명)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남녀 불문하고 조용히 번호를 주고받는 모습을 본다"며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뤄진다면 매장 입장에서 딱히 문제 될 게 없어 그냥 두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계속 거부하는데 집요하게 요구하거나 소음을 내는 행위가 발생하는데 그럴 때는 주변 사람들의 소음 피해를 막기 위해 단호히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론 안팎에선 생활용품 매장이나 대형서점 등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는 행위를 두고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무례함"이라며 부정적인 견해가 나오는가 하면 반대로 "주점이나 서점이나 뭐가 다른가. 누구도 좋은 인연을 찾기 위한 개인의 선택에 간섭할 권리는 없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또한 "타인에 대한 정중한 태도만 갖춘다면 문제될 게 없다"며 조건부 찬성 의견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강남역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하진호(34·남)씨는 "술기운과 어두운 조명에 의지해 가볍게 말을 거는 주점에서의 만남보다 일상 공간에서 멀쩡한 정신으로 정중하게 건네는 인사가 오히려 더 큰 용기가 필요하고 진정성도 있다고 본다"며 "상대방이 싫어하는데 억지로 계속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것은 잘못됐지만 장소를 이유로 무조건 잘못 됐다고 몰아세우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타인에 대한 배려만 전제된다면 남녀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가 형성되는 것을 굳이 장소로 구분지을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타인에 대한 예의나 배려가 없다면 장소가 어디든 분명히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며 "장소가 어디냐를 따지기보다 상대방이 대화에 응할 준비가 돼있는지 살피고 거절의 의사를 보였을 때 이를 즉각 수용하는 태도가 우선시 됐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청춘남녀가 건전한 공간에서 좋은 인연을 찾으려는 행위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최근 청년층 가운데 연애에 무관심한 이들이 많은데 연애를 시도하는 행위는 결국 결혼이나 출산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타인과의 접촉을 침해로만 인식해 대인 관계의 문턱을 지나치게 높이는 경향이 있다"며 "이곳에서는 말을 걸면 안 된다는 식의 금기 구역을 설정하는 것은 결국 타인과의 접촉면을 좁혀 사회 분위기를 더욱 경직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중한 접근마저 민폐로 규정해 차단하기보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도 새로운 관계가 시작될 수 있다는 유연한 인식이 필요할 때다"고 조언했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