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도심의 일상과 초월적 존재가 교차하는 설정이 무대 위에서 새로운 서사를 만든다. 연극 ‘전철 타고 온 붓다’가 오는 5월 16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대학로 혜화역 인근 한예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작품은 영화 ‘천군’을 통해 대중적 상상력을 입증한 민준기 감독이 극작과 연출을 동시에 맡아 무대로 확장한 결과물이다. 스크린에서 구축해온 시각적 리듬과 장면 전환 감각을 연극의 호흡으로 재구성해, 현장성이 강조된 서사 구조를 완성했다.
서사는 2600년의 시간을 가로지른 존재가 현대 서울에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지하철이라는 가장 일상적인 공간을 경유해 현실에 진입한 붓다의 행보는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전환시키며, 연속적인 해프닝 속에서 인간 군상의 균열과 욕망을 드러낸다. 웃음의 층위 아래에는 관계의 단절, 세대 간 간극, 삶의 피로가 중첩되며 정서적 울림을 형성한다.
작품은 특정 종교적 교리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불교적 세계관을 서사의 골격으로만 활용한다. 이를 통해 신념의 경계를 넘어서는 보편적 정서를 구축하고, 동시대 관객이 체감하는 현실의 무게를 은유적으로 환기한다. 해학과 풍자가 교차하는 연출 방식은 메시지의 전달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관람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
음악적 구성 역시 장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든다. 트로트와 댄스, 뮤지컬 넘버의 형식을 차용한 곡들이 교차 배치되고, 대중문화의 흐름을 반영한 감각적 요소가 결합되며 무대의 리듬을 확장한다. 이는 극 전개에 활력을 부여하는 동시에 장면 간 전환의 완급을 조율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출연진은 연극계에서 축적된 내공을 지닌 배우들과 신진 연기자들이 함께 구성됐다. 상이한 연기 결이 충돌하고 어우러지며 인물의 입체감을 강화한다. ‘연꽃팀’과 ‘연등팀’으로 나뉜 더블 캐스트는 동일한 서사에 서로 다른 해석을 부여하며 관객에게 다층적인 감상 경험을 제공한다.
작품은 과장된 설정과 현실의 질감을 교차시키며 동시대의 정서를 비춘다. 익숙한 일상에 미세한 균열을 가하고, 그 틈에서 드러나는 감정을 통해 관객에게 잔존하는 여운을 남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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