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병원과 뷰티업계를 중심으로 '4.9M', '29.9M'처럼 숫자 뒤에 알파벳 M을 붙이는 가격 표기 방식을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격 정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혼란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내부에서는 이미 익숙한 표현처럼 사용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제 금액을 다시 계산하거나 직접 문의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A씨는 한 피부과 카카오톡 채널로부터 '쥬베룩 스킨 1CC 4.9M'이라는 홍보 메시지를 받았다. 그러나 가격 의미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 A씨는 직접 병원 측에 문의를 남겼고 이후 해당 표기가 4만9000원을 뜻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A씨는 "처음에는 49만원인지 4만9000원인지 바로 이해되지 않았다"며 "가격을 왜 이렇게 적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SNS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소비자의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스레드 이용객 hmk00173는 "피부과에서 남은 금액 얼마인지 여쭤봤더니 '3.92m' 이라는 단위를 쓰고 있었다"며 "난생 처음 본 표현인데 혹시 나만 모르는 단위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글을 남겼다. 댓글에는 "나도 처음엔 몰랐다", "보통 M이면 million(백만) 아니냐", "업계 사람들만 아는 표현 같다", "기껏 도량형으로 통일했더니 왜 마음대로 사용하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 최근 피부과와 같은 의료 기관에서 만원을 m으로 표기해 사용하고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sns에 공개된 사례의 모습. [사진=스레드 갈무리]
일반적으로 M은 영어 'million(백만)'의 약자로 널리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이나 금융, 해외 플랫폼 등에서도 백만 단위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익숙하게 쓰이는 만큼 일부 소비자들은 가격을 처음 접했을 때 실제 금액을 바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피부과뿐 아니라 일부 식당과 카페 등에서도 가격을 축약해 표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일부 업장에서는 1만7000원을 '1.7'로 표기하거나 '17,'처럼 끝에 쉼표만 붙이는 방식으로 가격을 안내하기도 한다. 논현역 인근 호프집에서 판매하고 있는 주류 메뉴판에는 5000원짜리 소주를 5.0원이라 적어놓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공간 활용이나 간결한 디자인을 위한 표현이라고 설명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한 눈에 가격이 들어오지 않아서 다시 한 번 더 계산하게 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이 같은 표기 방식은 업종이나 매장마다 기준이 달라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어떤 곳은 숫자 단위를 생략하고 어떤 곳은 알파벳이나 기호를 붙여 사용하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직관적으로 가격을 비교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직장인 최희영(34·여) 씨는 "가끔 피부과 카카오톡 알림 채널에서 이런 안내 문자를 받고 있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직관적으로 가격을 알 수 없어 불편한 경우가 많다"며 "공장형 피부과를 저렴해서 가더라도 가장 중요한 가격과 관련된 부분에서 불만이 쌓이게 된다면 아무래도 다른 곳을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병원에 물어보면 되긴 하지만 사람 성격에 따라 궁금해도 선뜻 질문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가격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적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식의 표기는 소비자 입장에서 불친절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 최근에는 식당과 카페 등에서도 가격을 축약해 표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식당에서 가격을 축약해 사용하고 있는 모습. ⓒ르데스크
직장인 박시온 씨(29·남)는 "K, M 같은 단위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자주 사용하는 표현인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다"며 "해외여행을 자주 다녀 이런 표기에 비교적 익숙한 20대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님 세대에서는 혼란이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은 누구나 바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정보인 만큼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보다 직관적인 방식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법률 상에는 축약된 가격 표기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다만 현행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가격표시제'에서는 소비자가 가격을 가격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또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에 따르면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기만적·혼동 유발 광고는 금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축약형 가격표기에 대한 세부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소비자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중심의 마케팅이 늘어나면서 가격 정보 역시 소비자가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가격은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정보인 만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업계 내부에서는 익숙한 표현일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면 정보 전달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온라인 광고나 SNS 홍보는 짧고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격 정보까지 지나치게 축약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제 금액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소비자가 추가 문의를 해야만 정확한 가격을 이해할 수 있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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