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여섯 번째)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삼성전자가 성과급 갈등으로 내홍을 앓고 있는 가운데 최대 노조를 이끄는 노조위원장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십조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는 총파업을 예고하며 파업 불참자들을 향한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한편, 정작 본인은 비즈니스석을 타고 해외 휴가를 떠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를 이끌고 있는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지난달 23일 평택에서 열린 대규모 파업 결의대회를 마친 직후 일주일간 태국으로 휴가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그는 당시 "다가올 총파업에서조차 끝내 사측의 편에 서서 동료들의 헌신을 방해한다면 더 이상 당신들을 동료로 바라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파업 불참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해당 글이 최 위원장의 태국 체류 기간 중 작성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조 안팎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2024년부터 올해 4월까지 태국·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대만·일본 등으로 총 7차례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내용은 SNS 등을 통해 공유되기도 했다.
개인 휴가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지만, 수십조원 규모의 손실 가능성이 거론되는 총파업 국면에서 노조를 이끄는 위원장의 행보가 적절했는지를 두고 비판 여론도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파업 참여와 내부 결속을 강조하면서 정작 본인은 해외에 체류 중이었다는 점에서 리더십과 명분 측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투명화와 성과급 상한 폐지 제도화라는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총파업을 예고했다. 총파업 기간은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로, 해당 기간 예상 손실 규모는 20조~30조원으로 관측된다. 노사 간 협상이 중대한 국면에 접어든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노조위원장의 행보를 둘러싼 비판도 커지고 있다.
더구나 이번 성과급이 반도체 직원을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스마트폰, TV, 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점도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노조의 요구대로라면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활용해 40조~45조원 가량을 성과급으로 쓰게 된다. 특히 호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되는 메모리사업부 직원들에게는 1인당 5억~6억원대 성과급 지급이 전망된다.
반면 DX부문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1.8% 역성장하며 3조원에 그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중국 시장에서 생활가전과 TV 판매 중단을 선언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도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성과급 기대감 역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을 중심으로 노조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공동투쟁본부에 함께 속해있던 2대 노조 측에 '교섭에서 배제하겠다'는 발언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는 공문을 통해 "DX사업부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이호석 지부장은 '삼성전자 임협 DX 토론방' 등을 통해 전달되는 현장 조합원들의 가감없는 목소리를 청취하고 이를 수렴하기 위한 정당한 소통 활동을 수행해왔다"며 "하지만 최 위원장은 이러한 현장의 소통 과정을 문제 삼으며 사과가 없을시 '교섭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전삼노는 이어 "이는 개인에 대한 공격을 넘어 DX사업부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교섭 테이블에서 지워버리겠다는 행위이자, 조합원의 뜻을 대변해야 할 대표자의 직무를 위축시켜 노동자 간, 노동조합 간의 신뢰를 또 한번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삼성전자 3대 노조이자 조합원의 70%가 DX직원들로 구성된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이하 동행노조)도 지난 4일 공동투쟁본부에서 빠지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며 초기업노조의 소통방식에 불만을 나타냈다. 동행노조는 전날인 초기업노조와 전삼노에 "교섭 정보 공유 및 차별대우 금지 등 공정대표의무 준수 촉구를 요청한다"는 공문서를 보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투쟁의 명분은 리더의 솔선수범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생존권 투쟁이라는 주장과 달리 과도한 성과급 요구로 비춰질 경우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뉴스웨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