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 '빅3'로 꼽히는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업이 과거 저가 수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익성 위주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35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8% 증가했다. 2019년 출범 이후 분기 최대 실적이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4411억원, 273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세 회사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2조70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8% 증가한 규모다.
조선업, LNG·친환경 선박 중심으로 체질 변화
조선업계에서는 이번 실적 개선의 핵심 배경으로 LNG 운반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꼽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랜 기간 저가 수주 경쟁에 시달려 왔다.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낮은 가격에 선박을 수주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수주잔고는 늘어도 수익성은 악화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실제 국내 조선사들은 2021년 전후까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수익성이 낮은 선종 대신 LNG 운반선과 친환경 선박, 고사양 해양플랜트 중심으로 수주 전략을 바꾸면서 체질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얼마나 많이 수주했는지가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어떤 선박을 얼마에 수주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됐다"며 "국내 조선업이 물량 중심 산업에서 기술 기반 고수익 산업으로 전환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조선업 수익성 회복 흐름은 관련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LNG 운송 수요 확대와 친환경 연료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플랜트와 에너지 인프라 업종도 동반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E&A 등 플랜트 기업들도 글로벌 LNG·친환경 에너지 투자 확대 흐름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선업 회복이 기자재와 엔진, 소재 업종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LNG 저장·운송 기술과 친환경 연료 설비 수요가 늘어나면서 효성 등 산업소재 기업들의 사업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은 물량 확대, 한국은 고부가 선박 집중
조선업 특성상 현재 실적은 통상 2~3년 전 수주 물량의 영향을 받는다. 선박 계약 이후 실제 건조와 인도까지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실적 개선 역시 2022~2023년 글로벌 LNG선 발주 확대 시기에 확보한 고가 수주 물량 효과가 본격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커지면서 LNG 운반선 수요가 증가했고,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도 확대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총 86척, 93억5000만달러 규모를 수주해 연간 목표의 약 40%를 달성했다. 한화오션은 32억달러, 삼성중공업은 34억달러 규모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쟁 구도 변화도 주목된다. 중국 조선업계가 벌크선과 중저가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물량 확대 전략을 이어가는 반면 국내 조선사들은 LNG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친환경 선박 시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기술 난도가 높은 고부가 선박 시장에서는 여전히 한국 조선사 경쟁력이 우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LNG 저장·운송 기술과 친환경 엔진 설계 분야는 국내 업체들이 강점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업황 낙관론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후판 가격과 환율 변동, 숙련 인력 부족, 중국 조선사의 기술 추격 등은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도 향후 발주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당분간 국내 조선업 실적 흐름이 우상향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부가 선박 중심 수주 전략과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단순 제조업이 아니라 기술력과 설계 경쟁력이 수익성을 좌우하는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며 "친환경 선박 전환 흐름이 이어질수록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더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손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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