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알짜 사업부인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NS홈쇼핑에 전격 매각했다. 법정관리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두 달 뒤에나 들어오는 매각 대금을 버티지 못하고 37개 대형마트의 셔터를 내리는 초강수까지 뒀다. 반면 NS홈쇼핑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전국 단위 오프라인 거점을 확보하며 온·오프라인 옴니채널 사업 확대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와 NS홈쇼핑은 전날 서울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부에 대한 영업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홈플러스는 채무 일부 승계를 조건으로 현금 1206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당초 시장에서 거론됐던 3000억원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법정관리 중인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연체 임금과 협력사 대금 지급에 활용할 수 있는 긴급 유동성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홈플러스의 유동성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매각 대금이 실제 유입되는 시점이 두 달 뒤이기 때문이다.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지난 3월 투입한 1000억원마저 대부분 소진된 상태에서 홈플러스는 7월 3일로 예정된 회생계획 가결 시한 전까지 운영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
홈플러스는 이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만으로는 회생절차 가결에 필요한 운영 자금과 잔존 사업 부문 정상화 재원을 모두 충당하기 어렵다며 ‘2차 구조혁신’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2차 구조혁신의 핵심은 추가 자금 확보와 점포 운영 효율화다.
홈플러스는 최대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에 매각 대금 유입 전까지 향후 두 달 동안 필요한 단기자금 대출인 브릿지론과 긴급운영자금(DIP) 대출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현재까지 메리츠 측으로부터 지원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회신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메리츠는 홈플러스 대출금 약 1조2000억원의 4배에 달하는 4조원 상당의 부동산(68개 점포)을 담보로 잡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사실상 현금화가 가능한 홈플러스 자산 전부를 담보로 보유하고 있는 메리츠의 자금 지원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이후 주요 거래처의 거래조건 강화와 납품 축소로 매출이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MBK가 사재 출연, 연대보증, 외부 차입 등을 통해 운영 자금을 지원해 왔으나 장기간 이어진 회생절차와 영업환경 악화로 해당 재원도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이에 홈플러스는 오는 10일부터 7월 3일까지 전체 104개 대형마트 매장 중 기여도가 낮은 37개 매장의 영업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나머지 67개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을 집중한다. 홈플러스는 제한된 상품 물량을 핵심 점포에 우선 공급해 매출 하락과 고객 이탈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영업이 중단되는 점포 직원들에게는 평균임금의 70% 수준 휴업수당을 지급하고, 희망자에 대해서는 타 점포 전환 배치도 추진한다. 점포 내 임대매장(몰)은 정상 운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 홈플러스 회생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홈플러스 노조 역시 최근 “임금을 포기해서라도 상품 공급 정상화에 재원을 우선 투입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현장에서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향후 점포 운영 효율화와 잔존 사업 부문 매각 방안 등을 담은 수정 회생계획안을 마련해 법원과 채권단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품게 된 NS홈쇼핑은 TV·모바일 중심 사업 구조를 넘어 전국 단위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보하게 됐다. NS홈쇼핑 관계자는 “이번 계약 체결은 당사가 보유한 식품 전문성과 유통 역량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경쟁력 강화의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NS홈쇼핑은 기존 식품 전문성·홈쇼핑 고객 기반을 활용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주문·배송을 연결하는 식품 중심 옴니채널 전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TV홈쇼핑 고객을 매장으로 유입하고, 반대로 오프라인 방문객에게 자체 식품 라인업과 모바일 서비스를 연계하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인수 이후 과제도 적지 않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장기간 회생 절차 과정에서 핵심 인력 이탈과 영업력 저하가 이어진 상태다. 여기에 노조 영향력이 강한 조직 특성상 인력 재배치와 조직 안정화 과정에서 상당한 조율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마트 에브리데이, GS더프레시 등 기존 SSM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강자들과의 치열한 점유율 경쟁도 NS홈쇼핑이 넘어야 할 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생존을 위해 알짜 자산을 매각해야 했던 홈플러스와 오프라인 식품 유통망 확보가 절실했던 NS홈쇼핑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홈플러스는 당장 유동성 위기를 넘기는 것이 급선무이고, NS홈쇼핑은 오프라인 거점을 활용한 식품 경쟁력 강화가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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