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가 인공지능(AI)의 역할과 책임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대대적인 개헌 작업에 착수했다. AI 기술이 민주주의와 인간 사회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국가 최고 규범인 헌법 차원에서 인간 중심 원칙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다.
7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소속 중도우파 정당 의원들에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 세계를 위해 지금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AI 관련 조항을 포함한 헌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정안 핵심에는 “인공지능은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번영에 봉사해야 하며, 관련 위험은 완화되고 그 이익은 완전히 실현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AI 기술 발전 과정에서 인간의 권리와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원칙을 세우겠다는 의미다.
이번 개헌안에는 AI 관련 조항 외에도 우편투표 확대, 의무교육 기간 11년 연장, 소급 과세 금지 등 수십 개의 개정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그리스 헌법 개정은 두 차례 연속 의회 표결과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만큼 실제 통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리스는 과거 국가 부채 위기로 장기간 경제난을 겪었지만, 약 8년 전 위기를 극복한 이후 디지털 전환과 첨단 기술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정부 플랫폼에서는 이혼 허가 신청부터 축구 경기 입장권 구매까지 다양한 행정·민간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제공되고 있다.
현지 헌법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AI는 반드시 민주주의와 공공 이익을 위해 작동하도록 법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방대한 데이터와 영향력을 바탕으로 기존 공공 감시 체계를 넘어서는 권한을 확보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움직임이 향후 유럽연합(EU)의 AI 규제 정책과도 맞물리며 국제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AI의 윤리성과 책임성을 헌법 수준에서 규정하려는 시도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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