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본전시 참여 유일한 한국인 작가 요이 '숨 오케스트라'
한국계 갈라 포라스-김·마이클 주도 초청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제61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가 펼쳐진 아르세날레 전시장. 비엔날레의 선택을 받아 각국에서 모인 작가들이 선보인 작품들 가운데, 거친 호흡소리와 흰옷의 아이들이 등장하는 영상이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한국 작가 요이(39)가 내놓은 '숨 오케스트라' 작품이었다. 요이는 이번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하는 111명(팀)의 작가 중 유일한 한국인이다.
'숨 오케스트라'는 두 개의 영상과 세 점의 드로잉, 숨소리가 담긴 사운드, 해녀들이 바닷가에 모여 불을 피우고 쉬는 '불턱'을 형상화한 의자 등으로 구성됐다. 바다가 삶의 터전인 제주 해녀들의 노동과 생존을 호흡으로 재구성한 작업이다.
7일(현지시간) 비엔날레 현장에서 만난 요이는 "해녀의 호흡은 잠수 전 조절하는 숨과 물에 들어가기 직전 한 번에 빠르게 들이마시는 숨, 물속에서 노동하며 참아내는 숨, 그리고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고르는 회복의 과정으로 구성된다"며 "숨소리를 통해 해녀의 노동과 생존을 기록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요이는 해녀의 순환하는 호흡을 악보로 만들고, 9명의 전문 퍼포머에게 재현하도록 한 뒤 이를 녹음한 사운드 작업을 만들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도 폐막식을 앞두고 이 전문 퍼포머들을 초청해 숨 오케스트라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영상 작업은 현재 70∼80대 해녀들이 어린 시절부터 물질을 시작했던 점에 착안해, 동네의 9∼10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제작했다. 요이는 아이들에게 해녀의 호흡을 시키고 이를 카메라에 담았다.
또 다른 영상 작업은 해녀들이 마을 회관에 모여 함께 낮잠을 자는 장면을 담은 것이다.
요이는 "해녀가 숨을 참고 물질을 하는 것은 철저히 혼자 하는 일이지만 바다 환경 특성상 완전히 혼자서는 버틸 수 없어 강한 공동체의 신뢰 위에서만 가능하다. 함께 휴식하는 장면을 통해 공동체의 신뢰를 드러냈다"며 "해녀에게는 노동만큼 휴식이 중요해 함께 쉬는 모습을 담았다"고 말했다.
드로잉 작품들은 물때와 바닷속 지도 등 해녀만이 아는 것들을 그린 것이다.
요이는 "지도에서는 바다가 파랗게만 표시되지만, 해녀들은 파란색 속에 숨겨진 지형을 알고 있다"며 "시간의 흐름 역시 시계가 아닌 물때에 맞춰 생활하는 것을 드로잉으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난 요이는 미국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시각 디자인을 공부하고 예일대에서 미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주립대 등에서 다양한 협업과 강의를 이어왔다.
2021년 뉴욕에서 팬데믹과 번아웃을 겪은 뒤 제주로 이주했고, 우연히 해녀의 집에 거주하며 해녀의 삶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해녀의 삶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해녀 학교에 다니며 물질을 배웠다. 이후 공동체와 교류하며, 해녀의 '숨'을 노동·관계·생존을 잇는 언어로 해석해 작업으로 풀어냈다.
요이는 "해녀라는 존재가 너무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 지금 기록하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일반적인 다큐멘터리나 책에서 나온 해녀가 아닌 진짜 해녀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전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은 강렬한 숨소리에 이끌려 발걸음을 멈추고 요이의 작업을 살펴봤다.
멕시코에서 왔다는 모니카 아기레 씨는 "해녀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읽어서 매우 흥미를 느끼고 작품을 봤다"며 "해녀의 노동을 숨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낸 아이디어가 인상적이었고, 완성도도 높았다"고 말했다.
이번 본전시에는 한국계인 마이클 주(60)와 갈라 포라스-김(39) 작가도 참여했다.
한국계 콜롬비아 작가인 갈라 포라스-김은 아르세날레 전시장 내 응용미술 파빌리온에 자리 잡고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A)과 협업으로 구성한 작업을 선보였다.
그는 박물관으로 대표되는 기관이 작품의 '손상'을 어떻게 정의하고 다루는지를 탐구해왔다.
대표작은 V&A 컬렉션에 있는 마리오네트 인형들로 만든 작품이다. 박물관에서는 유물들이 움직이면 파손될 수 있어 움직이지 않도록 보관한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천장에 매달고 직접 천장에 올라가 뛰면서 진동을 일으켜 인형이 흔들리도록 했다. 이어 조명을 비춰 스크린에 드리운 그림자를 통해 그 움직임이 한눈에 드러나게 했다.
그는 "내 작품들도 결국 유물이 돼 박물관에 보존될 텐데 미래에 내 작품이 어떻게 관리되고 보존될지 불안감을 느끼며 유물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뉴욕에서 태어난 한인 2세 작가인 마이클 주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두 작품을 선보였다.
'댓 위치 이바포레이츠 올 어라운드 어스'(That Which Evaporates All Around Us·우리 주변에서 증발하는 그것)는 수집한 대형 화석판을 모빌로 구성한 작업이다.
화석판은 시간이 응축된 대지를 상징한다. 마이클 주는 이 화석판 하단에 골전도 변환기를 달았다. 각기 다른 공명 주파수에 맞게 화석판은 진동하며 서로 다른 소리를 만들어낸다.
전시장에서 만난 마이클 주는 "화석판을 모으고 전시하는 것은 전 세계 대지를 모으고 이를 이동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작품은 '누스피어'다. 인공 산호초와 온라인 네트워크를 병치해 기술과 자연의 생태계를 연결해 보여준다.
마이클 주는 "인공 산호초를 만들어 심으면 실제 산호 군락이 형성되는 것과 인터넷 세상에서 뭔가를 심어놓으면 많은 사람이 정보를 주고받으며 생태계가 형성되는 것이 닮았다"며 "기술이 어떻게 자연의 확장으로 이해될 수 있는지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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