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고환율과 원재료, 물류비 상승으로 식품업계 전반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로 제품 가격 인상이 어려워진 가운데 내용량을 줄이는 방식 역시 규제로 제한되면서 내수 중심 식품기업들의 수익성 방어에 위기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전쟁 장기화와 고환율, 국제 원자재 시장 불안이 이어지며 가공식품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원재료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기업 특성상 환율 부담이 제품 원가에 반영되고 포장재 원료 가격과 물류비까지 더해지며 제품 생산·유통 비용이 동시에 오르고 있다.
밀가루와 설탕, 유지류 등 주요 원자재는 국제 시세와 환율 변동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품목이다. 국제 원재료 가격이 다소 안정되더라도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면 기업이 체감하는 매입 부담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체일수록 환율 변동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플라스틱 포장재의 기초 원료로 쓰이는 나프타 가격 인상도 가공식품업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식품 포장에 쓰이는 용기와 필름, 파우치, 박스는 제품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비용이다. 여기에 제품을 생산한 뒤 유통망으로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비와 에너지 비용까지 겹치며 부담은 제조와 유통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해외 실적을 통해 국내의 원가 충격을 일부 분산할 수 있지만,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업체들은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내수시장은 수요 감소와 경쟁 심화로 성장 폭이 제한된 상태다. 가격을 올려도 판매량이 받쳐주지 않으면 영업이익 개선 효과도 크지 않다.
원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은 가공식품업계는 내부 비용 절감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섣불리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없는 탓에 생산 공정 효율화와 원부자재 구매처 다변화 등에 우선 순위를 두는 모습이다. 포장재 규격 축소부터 생산 라인 운영 방식까지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요소를 다시 세밀하게 점검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곡물가와 환율 상승 여파로 원재료비 부담이 커졌고 물류비와 포장재 비용까지 올라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는 생산 공정 효율화 등 내부 비용 절감으로 원가 압박을 최대한 감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도 식품기업의 가격 대응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내용량이 이전보다 감소한 식품에 대해 변경일부터 3개월 이상 제품의 내용량과 변경 사실을 함께 표시하도록 했다. 가격을 유지한 채 용량이 줄면 소비자가 단위가격 변화를 알기 어렵다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는 내용량 축소는 규율 대상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원가 상승 국면에서 모든 내용량 조정을 소비자 기만으로만 보는 접근이 기업의 정상적인 제품 운영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본다.
가격 인상을 미루는 중소·중견 식품사에는 용량과 구성, 원료 배합 조정이 제품 운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데 이를 과도하게 압박하면 다른 대응 방안이 없다는 우려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리면 물가 인상 비판을 받고 내용량을 조정하면 브랜드 이미지 훼손 부담을 안는다. 가격과 제품 구성을 함께 조정할 여지가 줄어들수록 원가 부담은 저수익 품목 정리, 신제품 중심 재편 등 내부 조정으로만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식품기업이 원재료를 수입하는 구조 속에서 최근 환율 상승과 플라스틱 포장재 원료, 물류·에너지 비용 급등이 맞물려 업계 전반의 타격이 크다”며 “정부가 물가 안정 협조를 당부하는 만큼 식품기업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도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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