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절차가 연장되면서 단기 유동성 확보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두 달 추가 연장했지만, 매각 대금 유입 전까지 운영자금 공백을 메우기 위한 긴급운영자금(DIP) 지원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단인 메리츠금융그룹에 약 2000억원 규모 브릿지론과 DIP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논쟁은 단순 자금 지원 여부를 넘어 MBK파트너스의 차입매수(LBO) 구조와 자산 매각 중심 경영 전략으로 확대되고 있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이후 점포·물류센터 매각과 세일앤리스백 전략을 반복했고, 이 과정에서 자산은 줄고 임차료 부담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DIP 지원이 실행될 경우 신규 자금이 공익채권으로 우선 변제될 가능성이 높아 기존 유동화전단채 피해자들의 회수 가능성은 더 낮아질 수 있다. 피해자들은 이를 '손실 전가'라고 반발하며 법적 대응까지 예고한 상태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추가 자금 투입이 배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MBK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홈플러스 사태의 본질은 MBK의 무리한 차입매수와 자산매각 중심 경영 전략 때문"이라며 "회생과 함께 피해자 보호와 대주주의 책임 있는 손실 분담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 기업 회생을 넘어 사모펀드의 차입매수 구조와 대주주 책임, 채권자 손실 부담, 피해자 보호 원칙까지 얽힌 복합적 충돌로 번지는 양상이다.
◆ 회생 시계는 벌었지만 '자금 부족'…홈플러스, 메리츠에 2000억 요청
벼랑 끝에 몰렸던 홈플러스는 일단 시간을 벌었다.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기존 5월 4일에서 7월 3일까지 연장했다. 지난 3월 이후 두 번째 연장 결정이다. 법원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절차와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하림그룹 계열 NS홈쇼핑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다만 매각 대금 유입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잔금 납부와 거래 종결이 6월 중순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사이 운영자금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홈플러스는 상품 공급 차질과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그룹에 약 2000억원 규모 브릿지론과 긴급운영자금(DIP)을 요청했다. 홈플러스는 "현실적으로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주체는 메리츠금융이 유일하다"는 입장이다.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 부동산 담보대출과 관련한 최대 채권단으로 알려져 있다.
MBK 측도 회생 이후 자금 지원에 나섰다고 설명한다. MBK는 지난 3월 총 1000억원 규모 DIP 자금을 투입했고, 회생 실패 시 상환청구권 포기와 김병주 회장 등의 개인 자산 담보 제공 방안도 제시했다고 밝혔다.
노조 역시 회생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은 최근 "직원 월급을 포기해서라도 영업 정상화를 이루겠다"며 DIP 자금과 브릿지 대출의 신속한 지원을 촉구했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위기를 만든 주체는 MBK인데 추가 부담은 채권단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특히 메리츠금융에 추가 DIP 지원 요청이 이어지면서 대주주 책임보다 채권단 부담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 MBK, 점포·물류센터 약 28곳 매각…"자산 줄고 고정비 늘었다"
자금 공백 논란은 자연스럽게 MBK 책임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위기를 단순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MBK파트너스의 차입매수(LBO) 구조와 이후 자산 매각 중심 경영 전략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고 있다.
MBK는 2015년 9월 홈플러스를 약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이 가운데 자기자본은 약 2조원대 중후반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나머지는 차입으로 조달됐다. 특히 인수금융이 홈플러스 명의로 이뤄지면서 점포와 부동산이 담보로 활용됐다.
홈플러스 인수 후 MBK는 자산 매각과 세일앤리스백 전략을 반복적으로 추진했다. 2016년 가좌·김해·동대문·북수원 점포 매각을 시작으로 2021년 부산 가야점 등 핵심 점포까지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4년까지 매각된 점포·물류센터는 약 28곳이며 누적 매각 금액은 4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반면 비용 구조는 크게 악화됐다. 2024년 기준 임차 점포는 68곳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고 연간 임차료 부담도 약 4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자산은 줄고 고정비는 늘어나는 구조가 고착됐다는 평가다.
실적도 악화됐다. 홈플러스는 MBK 인수 이전인 2014~2015 회계연도 약 1944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2023~2024 회계연도에는 약 1994억원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5월 보고서에서 "점포 매각이 임차료 부담 증가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며 이익창출력 저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폴리뉴스에 "경영권을 행사해 온 주체라면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며 "지금처럼 채권자에게 부담이 넘어가는 구조는 정상적인 책임 분담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커머스 확산과 오프라인 유통업 침체 등 산업 환경 변화 역시 홈플러스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MBK 측 역시 자산 매각이 재무 안정화와 경쟁력 유지 차원이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 DIP 지원 충돌 확산…유동화전단채 피해자·김현정 의원 "MBK 책임 없는 회생 안돼"
이 같은 구조적 논란과 맞물려 DIP 지원을 둘러싼 갈등도 정면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회생 절차에서 DIP 지원은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우선 변제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존 채권자의 회수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 측은 이를 '손실 전가'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DIP 대출은 회생자금이 아니라 피해자 변제재원을 잠식하는 선순위 채권 확대"라며 "대주주 책임 없는 자금 투입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의환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문제는 대주주인 MBK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며 "후순위 피해자 보호 없이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또 다른 피해를 만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DIP가 실행될 경우 가처분 신청과 함께 배임 혐의 형사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강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 회수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자금을 넣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다"며 "추가 자금 투입은 배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도 이번 사태를 단순 유통기업 부실이 아니라 사모펀드의 차입매수(LBO) 구조와 책임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와 노동 현안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김 의원은 폴리뉴스에 "홈플러스 사태의 본질은 MBK의 무리한 차입매수와 무분별한 자산매각 중심 경영 전략 때문"이라며 "이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노동자와 협력업체, 입점업체, 지역 상권에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홈플러스는 회생신청 직전까지 유동화전단채를 발행·판매하며 수천억원대 피해를 발생시킨 바 있는데, DIP 자금이 유입되면 이들 일반 회생채권자의 회수 가능성은 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생과 함께 반드시 같이 고려되어야 할 것은 선량한 피해자들을 위한 보호"라며 "홈플러스 사태를 야기한 MBK파트너스가 더 책임 있는 자구안과 손실 분담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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