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에 다니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던 한 청소년이, 탑골공원에서 빗자루를 들고 쓰레기를 줍는 순간부터 자신의 뿌리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나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국가유산』은 청소년국가유산지킴이로 활동한 서지훈 학생이 대한민국 국가유산과 함께 성장해 온 과정을 담은 첫 기록물이다.
저자는 “역사는 교과서 속 문장이 아니라, 지금 내가 서 있는 땅과 삶이 연결된 이야기”라고 말한다. 국제학교라는 다국적 환경 속에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던 그는, 우연히 시작한 국가유산 해설과 봉사 활동을 통해 ‘우리 것’의 의미를 몸으로 깨닫는다. 책은 탑골공원과 같은 현장에서 직접 빗자루를 들고 환경을 정화하며, 낡고 녹슨 문화재 하나하나에 “누군가의 발걸음이, 손끝으로 쓸고 닦으며 쌓인 시간”이 스며 있음을 발견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설명하는 사람’을 넘어 ‘지키는 사람’으로 변모하는 저자의 시선이 있다. 그는 해설사가 “단순히 지식을 나열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고 그 속에서 자신 또한 더 깊이 뿌리를 확인하는 역할”임을 깨닫는다. 한국어와 영어를 넘나들며 국가유산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국가유산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잇는 살아 있는 언어가 된다.
책의 또 다른 축은 국제학교 내 자립형 동아리 ‘CIC’의 활동 기록이다. CIC는 국제학교 최초로 국가유산청의 지원을 받아 4년 연속 활동한 동아리로, 학생들이 기획부터 실행까지 주도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동아리 구성원들은 영문 해설 시나리오를 직접 작성해 외국인 방문객에게 우리 문화유산을 설명하고, 정기적인 환경 정화와 캠페인 활동을 통해 ‘지킴이’의 역할을 확장해 나간다. 저자는 이 과정을 통해 글로벌 시대에 청소년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 것’을 정의하고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한다.
출판사는 이 책을 “한 청소년의 봉사 활동 수기를 넘어, 우리 시대 청소년들이 국가유산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승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정표”로 평가한다. 특히 ‘왜 이 활동을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놓치지 않는 점이 두드러진다. 탑골공원의 쓰레기를 줍는 작은 실천이 공동체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개인의 정체성 탐색이 어떻게 공공의 가치와 만날 수 있는지를 저자는 솔직한 언어로 풀어낸다.
“지키는 일은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천천히, 정확하게, 그리고 꾸준히 이어져가는 아주 긴 마라톤과 같은 작업임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기를 바랍니다.” 저자의 이 고백은 국가유산 보존을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여기기 쉬운 사회에 조용하지만 단단한 메시지를 던진다. 국가유산은 특별한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행동으로 누구나 함께 지켜갈 수 있는 공동의 자산이라는 것이다.
『나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국가유산』은 우리 문화유산에 관심 있는 청소년에게는 실천 가능한 참여의 길을, 자녀의 성장을 고민하는 학부모에게는 ‘뿌리를 통해 세계와 연결되는 성장’의 한 사례를 제시한다. 과거의 유산을 현재의 살아 있는 가치로 숨 쉬게 만드는 청소년들의 에너지가, 이 책의 페이지마다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
- 서지훈
채드윅송도국제학교에서 초·중·고를 다니고 곧 졸업하는 작가는 국가유산을 단순히 “지키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이 되도록 꿈꾼다. 경복궁에서 외국인들에게 영어로 한국의 역사를 전하고, 탑골공원에서 게이트 플로깅 활동을 펼치며, 매달 무료급식 봉사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거창한 구호 대신 반복되는 실천으로, 기록 대신 체온으로 전통을 이해하려 한다.
그에게 국가유산은 박물관 속에 머무는 과거가 아니다. 질문을 던질수록 더 넓어지고 세계와 연결될수록 더 또렷해지는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다. 한국의 유산이 세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호흡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
국제학교 학생으로서는 최초로 청소년국가유산지킴이 동아리를 창립했으며, 리더십과 봉사 활동을 인정받아 여성가족부장관상, 국가유산청장상, 전국청소년자원봉사대회 은상과 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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