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안중열 기자] 국내 증시가 유례없는 대세 상승장에 진입하며 ‘코스피 7400 시대’를 현실화하자, 하락장을 예상하고 ‘인버스’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물가 우려를 뚫고 상장사들의 실적 개선세가 확인되면서, 지수 하락 시 두 배의 수익을 거두는 ‘인버스 2X(일명 곱버스)’ ETF는 주간 수익률이 급락하며 투자자들에게 ‘손실의 덫’이 되고 있다.
시장의 공포가 아닌 ‘성장’에 무게가 실리면서, 하방 압력을 압도하는 강력한 매수세가 자본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꿨다.
◇지수 고공행진에 ‘베어 마켓’ 상품 속수무책
최근 국내 증시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긴장이 완화되고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잇따르며 거침없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지수 하락에 베팅했던 인버스 상품군이 수익률 하위권으로 밀려나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국내 상장 ETF 중 수익률 최하위권은 모두 ‘KOSPI 200 선물 인버스 2X’ 계열이 휩쓸었다. 주요 자산운용사들의 곱버스 상품들은 약 14.5~16.2%에 달하는 주간 손실률을 기록하며, 강세장에서의 하방 베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진정되고 국제 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찾자, 공급망 우려에 기댔던 하락론자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AI 수익화 증명됐다”…밸류에이션 재평가와 외국인 순매수 행진
전문가들은 이번 코스피 7400 돌파의 배경에 ‘AI 실질적 성과’에 대한 확신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2026년 세계 경제의 핵심 동력인 AI 산업이 단순한 기대를 넘어 실제 기업의 영업이익으로 연결되는 ‘수익화 골든타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수치로 증명되면서, 일각에서 제기됐던 ‘거품론’은 힘을 잃고 견고한 멀티플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글로벌 유동성이 아시아 시장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반도체 및 테크 섹터가 핵심 타깃이 되고 있다”며 “연준(Fed)의 금리 정책에 대한 내성이 생긴 상태에서 기업 펀더멘털이 지수를 견인하고 있어, 지수 하방을 노린 투기적 수요는 오히려 숏 스퀴즈(Short Squeeze)를 유발하며 상승 탄력을 키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음의 복리 효과’의 공포…“상승장에서의 고집은 치명적”
자산운용 전문가들은 지수의 추세적 상승 국면에서 인버스, 특히 레버리지 상품 보유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 인버스 ETF는 구조적으로 ‘음의 복리 효과(Negative Compounding)’라는 내재적 결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지수가 등락을 반복하며 우상향할 경우, 기초 자산의 변동성이 클수록 인버스 ETF의 순자산가치(NAV)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침식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시장이 강한 상승세를 탈 때는 매수세가 몰리며 ‘괴리율’이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자칫 실제 지수 변동보다 더 큰 폭으로 ETF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투자자들이 대응할 틈도 없이 원금이 급격히 줄어드는 ‘베어 트랩(Bear Trap)’에 갇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인버스 및 레버리지 상품은 시장의 일시적인 왜곡을 활용한 단기 전술적 도구이지, 결코 장기적인 부의 축적 수단이 될 수 없다”며 “특히 지금 같은 강력한 추세 상승장에서의 하락 베팅은 자산 가치를 순식간에 갉아먹는 자멸적 선택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른 변호사 역시 “인버스 ETF는 여전히 유용한 헤지 수단일 수 있으나, 시장의 도도한 흐름을 거스르는 ‘공포에의 베팅’은 결국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며 “주요 경제지들이 연일 코스피 최고가 경신을 대서특필하는 것은, 지금이 의구심을 버리고 시장의 본질적인 성장 동력에 주목해야 할 시점임을 방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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