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특별자치도 홍천군 동면, 해발 887m 공작산 남쪽 기슭에는 수타사가 자리한다. 신라 성덕왕 7년인 708년에 처음 지어진 것으로 전해지는 사찰이다. 지금은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의 말사로 운영된다.
수타사는 창건 당시 우적산에 일월사(日月寺)라는 이름으로 세워졌다. 조선 선조 연간인 1567년부터 1572년 사이 지금의 공작산 자리로 옮겨졌고, 이때 수타사(水墮寺)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후 1811년, 순조 11년에 지금의 이름인 수타사(壽陀寺)로 다시 바뀌었다.
임진왜란도 못 끊은 수타사의 역사, 지금 남아 있는 것들
수타사는 긴 세월을 지나며 여러 차례 불에 타고 다시 지어졌다. 임진왜란 때 전각 대부분이 소실됐고, 수십 년 뒤인 1636년 인조 14년에 공잠 스님이 대적광전을 다시 세우면서 사찰의 명맥이 이어졌다. 조선 후기를 거치며 지금의 모습에 가까워졌고, 경내에는 대적광전, 흥회루, 성보박물관 등이 자리한다.
경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물은 대적광전이다. 정면 3칸, 측면 3칸 규모의 팔작지붕 건물로, 강원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지붕 용마루 위에는 청기와 2장이 올려져 있다. 조선 세조가 수타사를 찾았다는 전설과 이어지는 흔적으로 알려져 있다.
흥회루는 수타사의 누각이다. 강원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에 올라 있으며, 내부에는 수타사의 간략한 내력을 정리한 약사(略史) 현판이 걸려 있다. 방문 전 사찰 정보를 따로 찾아보지 않았더라도 이 현판을 읽으면 수타사가 지나온 시간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보물 세 점이 한 사찰에, 수타사가 품은 문화유산의 무게
수타사가 여행객의 발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국가 지정 보물 3점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 사찰에서 보물급 문화재 한 점을 보존하는 일도 흔치 않은데, 수타사에는 세 점이 함께 남아 있다.
첫 번째는 수타사 동종이다. 1670년, 현종 11년에 사인비구를 포함한 여섯 명의 주종장이 함께 만든 범종이다. 높이 110cm, 입지름 74cm 규모로 조선 후기 범종 가운데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사인비구는 조선 후기에 활동한 승려 장인이다. 뛰어난 주조 기술을 지닌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제작에 참여한 범종 여러 점이 각 사찰에서 보물로 지정돼 있다. 수타사 동종도 그중 하나다. 조선 후기 금속 공예의 수준을 보여주는 실물 자료로 가치가 크다.
두 번째는 월인석보 권17·18이다. 세조 5년인 1459년에 편찬된 불교 문헌이다. 석가모니의 생애를 정리한 서적으로, 당시 한글로 기록된 문헌 가운데 가치가 높은 자료로 꼽힌다.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오래 지나지 않은 시기에 만들어져 초기 한글 표기 방식과 어휘를 살피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월인석보 권17·18은 2005년에 문을 연 수타사 성보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박물관 관람을 원한다면 방문 전 사찰 측에 운영 시간을 따로 확인하는 편이 좋다.
세 번째는 소조 사천왕상이다. 사찰 입구를 지키는 수호신상으로, 흙을 빚어 만든 소조 방식으로 제작됐다. 수타사에는 이 밖에도 목조관음보살좌상과 복장유물이 남아 있다. 목조관음보살좌상과 불상 안에 넣어둔 복장유물은 강원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12km 계곡과 3.8km 산책로, 5월에 수타사를 찾는 실질적인 이유
수타사는 경내만 둘러봐도 볼거리가 적지 않다. 그런데 5월에 이곳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는 사찰 주변 자연 풍경에도 있다. 수타사에서 출발해 영귀미면 노천리까지 이어지는 약 12km의 수타사 계곡은 덕지천 상류를 따라 펼쳐진다. 계곡 길목마다 용담, 귕소, 출렁다리, 목교 같은 지점이 이어져 걷는 동안 풍경이 계속 달라진다. 연둣빛 나뭇잎이 올라오는 5월 초에는 수면 위로 잎 그림자가 비치며 계곡 전체가 초록빛으로 짙어지는 때라 이 시기를 가장 좋게 보는 방문객이 많다.
수타사를 중심으로 조성된 3.8km 순환 산소길은 계곡 트레킹과는 다른 코스다. 경내 주변 숲을 한 바퀴 도는 길로 이어진다. 12km 계곡 전 구간을 걷기 부담스러운 방문객도 이 길이라면 큰 무리 없이 둘러볼 수 있다. 공작산 숲이 짙게 이어지는 길이라 맑은 날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서늘하고 맑은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기 좋다.
5월 초 이른 아침에 찾으면 계곡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장면도 볼 수 있다. 기온이 아직 다 오르지 않은 시간대에 계곡물과 공기 사이에 온도 차가 생기며 나타나는 자연 현상이다.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것들, 황금연휴 기간 주의 사항
수타사는 입장료가 없고 주차비도 받지 않는다. 연중 문을 열어 방문 시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성보박물관은 운영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다. 월인석보나 경내 유물을 직접 보고 싶다면 방문 전 사찰에 문의하는 편이 좋다.
5월 황금연휴 기간에는 방문객이 한꺼번에 몰릴 수 있다. 수타사 계곡 일대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연휴 낮 시간대에는 진입이 늦어질 수 있다. 평일 오전 일찍 찾으면 계곡과 산소길을 비교적 여유 있게 둘러볼 수 있다. 이른 아침에는 물안개 풍경까지 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홍천행 버스를 탄 뒤 홍천버스터미널에서 수타사행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홍천읍에서 수타사까지는 약 10km 거리다. 경내 흥회루에 걸린 약사 현판을 먼저 읽으면 수타사가 지나온 시간을 짧게 이해할 수 있다. 이후 대적광전과 성보박물관으로 이동하면 관람 순서를 잡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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