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닷새간 전면 파업을 마치고 준법투쟁으로 전환하면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섰다. 표면적으로는 임금·성과급을 둘러싼 협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영권과 기술 도입을 둘러싼 구조적 충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진행한 총파업을 종료하고 이날부터 정상 출근과 함께 연장·휴일근무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노사는 이날 대표교섭위원 간 1대1 면담을 시작으로 오는 8일 고용노동부가 참여하는 노사정 회의를 통해 추가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지난달 30일과 이달 4일 진행된 협의에서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만큼 단기간 타결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노조는 임금 14%대 인상과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6.2% 임금 인상과 600만원 일시금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격차가 큰 상황에서 협상은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갈등의 본질은 임금 수준을 넘어선다는 분석이 많다. 노조는 단체협약안에 신규 채용, 인사고과, 인수합병(M&A) 등 핵심 경영 사안에 대한 사전 동의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기계·기술 도입 시 노사 공동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하면서 논쟁이 확대됐다. 이는 무인 생산체계인 ‘다크 팩토리’ 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응으로 풀이된다.
사측은 이에 대해 “인사와 경영은 경영진의 고유 권한”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이 단순한 보상 문제를 넘어 ‘경영권 vs 노동권’의 충돌로 확장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조가 준법투쟁으로 전환했지만 생산 차질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24시간 연속 공정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일부 공정만 흔들려도 제품 폐기와 납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회사 측은 이번 파업으로 약 1500억원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장기화될 경우 영향은 단기 손실을 넘어 수주 경쟁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해 온 기업으로, 고객 신뢰와 납기 준수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공정 차질이 반복될 경우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조 측은 격려금 일부를 노사 상생기금으로 조성해 지역사회 환원과 협력업체 지원에 활용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구체적 수정안 없이 원칙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 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추가 파업 등 분쟁이 재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태는 임금 협상을 계기로 촉발됐지만, 자동화와 경영권, 고용 안정성을 둘러싼 구조적 갈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례로 평가된다. 노사 간 입장차가 쉽게 좁혀지기 어려운 만큼, 단기 타결보다 장기 협상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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