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뜻밖의 ‘소개팅룩’이 관심을 끌고 있다.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6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 따르면 최근 ‘최고의 소개팅룩 SK하이닉스 점퍼’라는 제목의 판매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은 조회 수 2500회를 넘기며 온라인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에서 지급한 점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기대감이 커지면서 회사 로고가 새겨진 점퍼까지 단순한 중고 의류를 넘어 화제성 있는 거래 품목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중고거래에 올라온 ‘최고의 소개팅룩’
판매 글에 올라온 점퍼는 남색 계열의 간절기 패딩 형태로, 가슴 부분에 SK하이닉스 로고가 새겨져 있다. 판매자는 “최고의 소개팅룩 SK하이닉스 점퍼 팝니다”라고 소개하며 새 제품이고 사이즈별로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가격은 4만원대로 제시됐다.
눈길을 끈 건 옷 자체보다 판매 문구였다. 일반적인 회사 점퍼가 ‘소개팅룩’이라는 이름으로 팔린 배경에는 최근 온라인에서 확산한 SK하이닉스 밈이 있다.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과 성과급 기대감으로 주목받으면서 회사 로고가 새겨진 옷까지 ‘능력 있는 직장인’의 상징처럼 소비되는 분위기가 생긴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SK하이닉스 점퍼와 조끼를 두고 ‘현 시점 최고의 소개팅룩’, ‘요즘 소개팅 성공 패션’, ‘명품 매장 프리패스룩’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실제 옷의 디자인이나 브랜드 가치보다 로고가 주는 상징성이 더 크게 작용한 셈이다.
중고거래 플랫폼 게시글 / 당근 캡쳐
‘하이닉스느님’ 밈까지…성과급 기대감이 만든 유행
SK하이닉스 유니폼이 주목받은 데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의 풍자 장면도 영향을 줬다. 방송에서는 허름한 차림의 남성이 고급 의류 매장을 찾자 점원이 처음에는 냉대하지만 남성이 겉옷을 벗고 SK하이닉스 로고가 적힌 조끼를 드러내자 태도가 돌변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나온 ‘하이닉스느님’이라는 표현도 온라인에서 회자됐다.
이 장면은 최근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확대 속에서 SK하이닉스가 큰 실적을 낼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고, 이에 따라 직원들이 받을 성과급 규모에도 관심이 쏠렸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어 올해 대규모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규모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 계산으로는 전체 임직원 수를 기준으로 1인당 수억원대 성과급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관련 기대감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다만 실제 지급 규모는 회사의 보상 기준과 직군, 직급, 근속연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유니폼까지 ‘성공 상징’으로…채용시장에도 번진 하이닉스 열풍
SK하이닉스 관련 유행은 중고거래에만 그치지 않는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하이닉스 출근길’이라는 제목의 AI 이미지가 올라오고, 슈퍼카들이 한 방향으로 줄지어 달리는 식의 패러디도 등장했다. SK하이닉스 로고가 들어간 옷을 입은 인물을 두고 ‘소개팅 프리패스’처럼 표현하는 게시물도 이어졌다.
채용시장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나타났다. SK하이닉스 생산직 채용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취업 커뮤니티에서는 지원 자격에 맞추기 위해 학력을 낮춰 적어도 되는지 묻는 글까지 올라왔다. 고졸 또는 전문대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모집에 4년제 학력을 숨기고 지원하려는 이른바 ‘역학력’ 고민이 나온 것이다.
서점 매대에 SK그룹 입사 관련 교재 ‘SKCT’가 진열돼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SK하이닉스 입사를 고시처럼 준비한다는 뜻의 ‘하닉고시’라는 말도 등장했다. 일부 교육업체는 SK하이닉스 채용 대비 강의와 직무적성검사 교재를 내놓았고 관련 교재가 관심을 받는 현상도 이어졌다. 높은 보상 기대감이 단순한 기업 선호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유행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이번 SK하이닉스 점퍼 중고거래 사례는 특정 기업의 실적과 보상 기대감이 어떻게 소비문화로 확산하는지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명품 브랜드나 고연봉 전문직이 선망의 상징으로 소비됐다면, 최근에는 반도체 호황을 이끄는 기업 로고 자체가 ‘성공’과 ‘안정적 보상’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실제 점퍼의 진위와 무관하게 해당 판매 글이 화제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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