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한국과 일본 청년층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고립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은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5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포함한 다국가·다기관 연구진은 한국과 일본 정신과 환자의 사회적 고립 증상 구조를 비교 분석한 연구를 최근 대한의학회지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아시아 11개국이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REAP-AD3)의 일환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정신과 환자 83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연구진은 ‘히키코모리 척도(HQ-25M)’를 활용해 증상 간 연결 구조를 네트워크 분석 방식으로 살펴봤다. 전체적인 증상 구조는 두 나라 모두 유사했지만, 핵심 증상에는 차이가 있었다.
한국 환자군에서는 ‘중요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항목이 가장 중심적인 증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서적 지지와 친밀한 관계의 부재가 고립을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임을 시사한다. 가족과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문화 속에서 관계 단절은 단순한 외로움을 넘어 심리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연구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존재, 자신을 이해해주는 관계 등 ‘정서적 연결’과 관련된 요소들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반면 일본 환자군에서는 ‘사회적 상황을 즐기지 못한다’는 항목이 가장 중요한 증상으로 분석됐다. 대인관계 형성의 어려움보다 사회적 상호작용 자체에 대한 흥미와 동기 저하가 고립의 중심이라는 의미다. 불안이나 두려움보다는 ‘무관심’과 ‘정서적 거리감’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같은 집단주의 문화권이라도 사회적 가치가 다르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가족 중심의 밀접한 관계망 속에서 ‘관계 형성 실패’가 고립으로 이어지는 반면, 일본은 사회적 역할과 규범 속에서 ‘참여 의지 저하’가 두드러진다.
다만 연구진은 양국 모두 공통된 사회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시화, 개인주의 확산, 디지털 의존 증가 등 현대 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은둔형 외톨이 확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활동 증가와 현실 관계의 약화가 맞물리며 고립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개입 전략도 국가별로 달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한국은 신뢰 형성과 관계 회복을 중심으로 한 치료 접근이 중요하며, 가족과 주변인의 이해를 높이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반면 일본은 사회적 활동에 대한 흥미를 회복하고 점진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연구진은 “은둔형 외톨이는 특정 국가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전반에서 확산되는 정신건강 문제”라며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맞춤형 치료와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