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촉법소년 연령하향 목소리가 커진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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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촉법소년 연령하향 목소리가 커진 까닭

이데일리 2026-05-06 06:05: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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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촉법소년 기준 연령 조정 논의를 취재하면서 “연령 하향 조정은 포퓰리즘적 발상”이라는 의견을 자주 들었다. 정부도 촉법소년 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며 민의(民意)는 갈 곳을 잃었다.

엄벌주의는 경계해야겠지만 시민들의 목소리를 단순히 ‘법 감정’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지난달 열린 숙의토론회에서 200여명의 시민들은 9시간에 걸친 논의를 거친 후에도 형사책임연령 하향에 대해 압도적인 찬성 입장을 유지했다. 주말까지 반납하며 치열하게 고민한 이들의 결론을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연령 하향조정 찬성론자의 입장에서는 청소년 교육과 복지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형사책임연령이 일정 수준까지 낮아질 경우 부모가 자녀의 생활지도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게끔 하는 동기가 생길 수 있다”는 송종영 변호사(법무법인 하민)의 발언은 법이 일정 부분 교육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다.

관련 토론에 참여한 청소년들조차 “엇나간 우리를 마지막으로 붙잡아줄 수 있는 건 법이 아니겠냐”고 했다.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 이제는 보호와 복지의 역할까지 대신해주길 요구받고 있다.

이런 기대가 생긴 이유는 청소년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제도는 없다시피한 현실과 맞물린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가정교육은 요원하고 교권 추락으로 학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전통적으로 아이들을 길러내던 기반이 약해지자 법이 해결책처럼 인식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형법이 교육과 복지를 대신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국가는 어디에 있었나.

교육부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도입해 문제를 법적 절차로 해결하는 법을 가르쳤다. 재비행을 막아야 할 청소년회복지원시설과 아동보호치료시설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고, 소년원에서 약물치료를 받던 아이들은 출원 이후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다. 촉법소년 논란이 불거졌던 2022년, 법무부는 TF를 통해 소년범 교정·교화·재범 방지 대책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변화는 미미했다.

돌아봐야 할 건 국민의 판단이 아니라 국가의 실패다. 제도 개선에 손을 놓고 있다가 촉법소년 논의에 이르러서야 시민을 설득하려는 태도는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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