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혔던 ‘사이클’ 구조가 장기계약이 확산하면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낸드플래시 업체인 샌디스크는 지난 분기 실적 발표에서 총 5건의 장기 계약 체결 사실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3건은 분기 내 체결됐고, 이후 추가로 2건이 더 성사됐다.
해당 계약은 최대 5년 동안 공급 물량과 가격을 사전에 확정하는 구조로 안정적인 매출 기반 확보가 핵심이다. 샌디스크는 현재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점유율 12.8%로 5위권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공지능(AI) 산업 확대와 맞물린 수요 구조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메모리 시장은 공급보다 수요가 앞서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고객사들이 가격보다 안정적인 물량 확보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제조사와 주요 고객 간 3~5년 단위의 장기공급계약(LTA)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결국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기존의 가격 중심 변동 산업에서 수주 기반 산업으로의 전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일부 대형 고객사와 장기계약을 체결했거나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단기 가격 협상에서 벗어나, 중장기 수요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장기공급계약 자체는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기존에는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에 가격을 고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LTA 체결을 ‘가격 고점 신호’로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계약들은 구조적 측면에서 이전과 다른 성격을 보인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메모리 '사이클 산업'에서 안정적인 '장기 계약' 구조로
특히 계약의 구속력이 크게 강화된 점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기존 계약과 달리 신뢰 기반을 넘어 실질적인 강제력을 갖춘 구조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다양한 방식의 계약 구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과거보다 한층 복합적인 형태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선급금 지급, 최소 매출 보장, 재무적 보증 등 다양한 안전장치가 계약에 포함되면서 거래 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샌디스크는 지난 분기 체결한 3건의 계약만으로 약 420억달러(62조원)에 달하는 최소 매출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현재까지 체결된 5건의 계약만으로 2027 회계연도 공급 물량의 3분의 1 이상이 이미 확정된 상태다. 향후 추가 계약이 이어질 경우 장기계약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샌디스크의 주가는 지난 1년간 3227% 상승하며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다. 지난해 33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5월 4일 기준 1255달러로 마감하며 급격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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