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중동 리스크에 건설업계 3중고…수주 원가 금융 동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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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중동 리스크에 건설업계 3중고…수주 원가 금융 동시 압박

폴리뉴스 2026-05-05 21:59:55 신고

호르무즈 해협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사진=연합뉴스]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수주 시장 전반으로 번지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해외 수주 위축과 원자재 가격 상승, 금융 비용 증가 등 이른바 3중고에 직면했다. 정부도 건설자재 수급과 금융 애로 해소를 위한 범부처 대응에 나서며 "수급 불안이 실제 공사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해외건설협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이란을 포함한 중동 9개국에서 추진 중인 사업은 약 220개, 수주 규모는 1300억달러에 이른다. 2025년 기준 해외 건설 수주액 472억7500만달러 가운데 중동 비중은 25퍼센트인 118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삼성E&A, 한화 건설부문 등 대형 건설사들은 사우디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와 사우디 파드힐리 가스플랜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카타르 LNG 관련 프로젝트 등 중동 곳곳에서 대형 사업을 수행 중이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전쟁이 격화되면서 사우디 네옴시티 일부 공사와 이라크 알포항만 후속 공사 등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연기되거나 규모가 조정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26년 1분기 중동 수주액은 3억1622만달러로, 전년 동기 49억5893만달러 대비 약 94퍼센트 감소했다. 사실상 수주가 멈춰 섰다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연간 수주 목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하자 철강과 시멘트, 기계 설비 등 주요 자재 가격에 상승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일부 자재와 장비의 해상 운송 경로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사우디 가스플랜트와 카타르 LNG 수출기지 탱크처럼 장거리 해상 운송 의존도가 높은 프로젝트는 운송 차질과 물류비 상승이 현실화될 경우 공기 지연과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미 수익성이 낮은 프로젝트의 경우 원가 상승분을 시공사가 상당 부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환율과 금리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 중동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해외 현장 인건비와 자재비 등 원가가 자연스럽게 불어나고 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자극하면서 금리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충돌 이후 발주처들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 결정을 미루는 경향이 강해지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 금리 상승으로 신규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재 수급·금융 애로 총괄 관리"…국토부 장관 "정부·업계 함께 위기 극복"

정부도 중동발 리스크가 건설현장 공사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긴급 대응에 나섰다. 국토부는 4월 비상경제본부 회의를 통해 '건설현장 비상경제 TF'를 가동하고, 레미콘 혼화제·아스팔트 등 리스크가 큰 건설자재를 중심으로 생산·재고·가격 동향을 상시 점검하고 있다. 건설 관련 8개 협회를 긴급 소집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고, 수급 애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긴급 수입, 대체재 발굴, 공사 우선순위 조정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자재 수급 차질은 곧 국가 경제와 국민 주거 안정에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함께 대응해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급 불안이나 가격 급등 등 모든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현장에서 접수되는 리스크를 신속히 해소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도 말했다. 김이탁 국토부 1차관 역시 "아직 전국 공사가 일괄 중단된 사례는 없지만 5월 중 일부 현장에서 중단 우려가 상존한다"며, 공사비 상승과 공기 지연이 겹치는 현장에 대한 모니터링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동발 자재·공사비 리스크와 함께 금융 부담을 줄이기 위한 범부처 지원도 가동되고 있다.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 간담회를 열고 국토부·금융위원회·금융권이 참여하는 합동 회의에서 건설기업 금융 애로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공사비 상승과 공사 기간 지연으로 커진 자금 부담에 대응해 PF 보증 확대, 대출 만기 연장, 보증 요건 완화 등 건설업 특화 지원도 검토 중이다.

대안 시장은 북미·유럽·동남아와 원전·데이터센터

업계에서는 이번 중동 리스크가 단기 변수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우디 '비전 2030'을 앞세운 네옴시티와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등은 여전히 대규모 발주가 예정돼 있지만,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공정 조정과 사업 축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E&A와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주요 건설사는 현지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해 인력과 장비 안전을 점검하는 동시에, 현금 흐름과 수주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 시장으로는 북미와 유럽, 동남아시아, 원전과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고부가 인프라 분야가 부상하고 있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일부 대형사는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친환경 발전소와 데이터센터, 물류센터 수주를 확대하고, 동남아시아에서는 주택과 도시 인프라, 교통 프로젝트를 늘리는 전략을 검토 중이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도 중동과 방글라데시 등 리스크가 높은 지역 해외센터를 정리하는 대신, 유럽과 북미 등 선진국 시장에서 민관협력(PPP) 사업을 발굴하는 방향으로 거점을 재편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에서 쌓은 에너지 플랜트와 인프라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과 북미의 원전과 수소 인프라,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새 성장축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동은 여전히 대형 프로젝트가 많은 핵심 시장이지만 정세 변수와 발주 지연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며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를 강화하는 동시에 북미와 유럽, 동남아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에서 원전과 데이터센터, 친환경 인프라 같은 고부가 프로젝트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수주·원가·금융의 3중고 속에서 국내 건설업계가 중동 의존에서 벗어나 새 성장축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그리고 정부의 자재 수급·금융 지원 대책이 현장 부담을 얼마나 덜어줄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폴리뉴스 조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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