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숨어서 신앙 지켰던 비밀 마을, 당진 13km 국내 순례길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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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숨어서 신앙 지켰던 비밀 마을, 당진 13km 국내 순례길 코스

위키푸디 2026-05-05 20:58:00 신고

충청남도 당진에는 산을 오르지 않고도 하루를 온전히 채울 수 있는 도보 코스가 있다. 버그내순례길이라는 이름의 이 길은 총 13.3km로, 넓은 내포평야와 농촌 마을길을 따라 이어지며 한국 천주교 초기 역사의 주요 현장을 차례로 지난다. 평지 위주 코스라 등산에 부담을 느끼는 방문객도 걷기 어렵지 않고, 전체 소요 시간은 넉넉히 잡아 4시간 안팎이다.

이 길은 2016년 아시아 도시경관대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았고, 2019년에는 이달의 걷고 싶은 길로도 선정됐다. 종교적 배경을 가진 순례길이지만 비종교 방문객에게도 역사 트레킹 코스로 알려지면서 가족 단위 방문객과 걷기 여행자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버그내라는 이름 자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는 삽교천 일대를 부르던 옛 지명에서 비롯된 말이다. 조선 시대에 삽교천 포구는 서해를 통해 외국 선교사들이 비밀리에 들어오던 주요 통로였고, 이 일대에서 내포 지역으로 천주교 신앙이 퍼져나갔다. 

솔뫼성지에서 시작해 합덕제 수면을 따라 걷는 전반부 코스

당진 제 5경 솔뫼성지 / 당진시 공식블로그 
당진 제 5경 솔뫼성지 / 당진시 공식블로그 

순례길의 출발점은 충청남도 당진시 우강면 솔뫼로 132 일대에 자리한 솔뫼성지다. 이곳은 한국 최초의 천주교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곳으로, 순례길 전체의 상징적인 시작점이 된다. 김대건 신부는 1821년 이곳에서 태어나 마카오에서 사제 서품을 받고 귀국해 선교 활동을 펼치다 1846년 순교했다. 솔뫼성지에는 그의 생가터와 기념관이 조성되어 있어 출발 전 잠시 둘러보기 좋다.

합덕제 / 당진시 공식블로그 
합덕제 / 당진시 공식블로그 

솔뫼성지를 나서면 길은 합덕제 방향으로 이어진다. 합덕제는 백제 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전해지는 오래된 저수지로, 조선 시대까지 이 일대 농업 용수를 공급하던 중요한 수리 시설이었다. 지금은 둑길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으며, 수면과 논밭이 맞닿은 풍경이 버그내순례길에서 가장 걷기 좋은 구간 중 하나로 꼽힌다. 4월 말에서 5월 사이에는 평야에 연둣빛이 돌기 시작해 시각적으로도 걷는 맛이 살아난다.

합덕제를 지나면 합덕성당이 나온다. 1929년에 지어진 고딕 양식의 벽돌 건물로, 충청남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외관이 단정하고 주변 마을 풍경과 잘 어우러져 잠시 앉아 쉬기 좋은 지점이기도 하다. 

조선의 카타콤바로 불리는 신리성지, 무명 순교자의 땅

신리성지 / 당진시 공식블로그 
신리성지 / 당진시 공식블로그 

합덕읍내를 지나 길을 계속 따라가면 종착지인 신리성지에 닿는다. 신리성지는 조선 제5대 천주교 교구장이었던 다블뤼 주교가 활동하던 곳으로, 19세기 박해 시기에 신자들이 숨어 신앙을 이어가던 비밀 교우촌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이곳은 초기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지하에 모여 예배를 드리던 로마의 카타콤바에 빗대어 조선의 카타콤바라는 표현으로 불리기도 한다.

신리성지의 역사적 무게를 더해주는 것은 이곳에서 발굴된 무명 순교자 묘 46기다. 기록조차 남기지 못하고 죽어간 이들의 묘가 실제로 확인되면서 이곳이 단순한 유적지가 아닌 실제 순교 역사의 현장임이 드러났다. 

신리성지 / 당진시 공식블로그 
신리성지 / 당진시 공식블로그 

신리성지에 설치된 전망대에 오르면 거덜 마을과 내포평야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13km를 걸어 도착한 뒤 바라보는 평야의 전경은 긴 도보 여행의 마무리로 충분한 장면이다. 맑은 날에는 멀리까지 시야가 트여 이 일대의 지형을 파악하기에도 좋다.

스탬프 투어와 준비물, 방문 전 확인할 사항

솔뫼성지-합덕제.합덕수리민속박물관-합덕성당-합덕제중수비-원시장,원시보우물-무명순교자의묘-신리성지 순으로 이어져 있다. / 당진시청
솔뫼성지-합덕제.합덕수리민속박물관-합덕성당-합덕제중수비-원시장,원시보우물-무명순교자의묘-신리성지 순으로 이어져 있다. / 당진시청

버그내순례길에서는 스탬프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코스 위 주요 유적지 10곳을 방문하며 도장을 모으고, 전 구간을 완주하면 인증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단순히 걷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점의 의미를 직접 확인하며 나아간다는 점에서 완주 동기를 높여주는 요소로 작동한다. 스탬프 투어 책자는 합덕수리민속박물관 등 거점에서 받을 수 있으므로 출발 전에 먼저 들러 수령해두면 동선을 잡기 수월하다.

순례길은 연중 상시 개방되며 입장료와 주차비는 모두 무료다. 다만 성지 내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별도 운영시간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어 방문 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코스 전체가 평지라고 해도 13.3km는 적지 않은 거리이므로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는 것이 발에 무리가 없다. 평야 구간이 길게 이어지는 특성상 그늘이 적어 5월 이후에는 모자와 선글라스, 자외선 차단제, 충분한 물을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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