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전세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같은 단지·같은 평형에서도 전세 보증금이 크게 벌어지는 ‘이중가격’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고가 단지나 저가 전세 물량이 많은 임대 비중이 높은 단지에서 두드러졌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평뉴타운 구파발10단지 전용면적 84㎡(1019동·4층)는 지난 1일 6억8000만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아파트 분양 가구 단지에서 지난달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체결된 전용 84㎡ 전세가 5억8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1억원 격차가 난다.
이 단지는 임대동과 일반동이 분리된 구조로 전세가격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지난 4월 한 달간 전세 거래(1001~1028동) 100건 중 신규 계약은 일반동(1011~1019동)에서 단 1건에 그쳤다. 임대동(1020~1028동)에서는 전세 계약이 95건 갱신됐는데 전용 84㎡ 전세 보증금은 2억5117만원 수준에 형성되며 동일 단지 내에서도 가격 이원화가 뚜렷했다.
임대 비중이 높은 단지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강동구 강일리버파크10단지 전용 84㎡는 지난 2월 6억4000만원에 신규 계약이 체결됐지만 지난달 갱신 계약은 3억8587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이 단지는 총 694가구 중 임대만 67.7%(470가구)를 차지한다. 이 중 장기전세는 377가구를 이루고 있다. 임대 물량이 가격 하단을 형성하면서 신규 계약과 격차를 키우는 구조다.
지역별로 보면 강동구와 은평구 신규·갱신 계약 간 중위 보증금 격차는 각각 1억원으로 서울 전체 격차(5500만원)를 크게 웃돌았다. 2억원 격차를 보인 서초구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고가 단지나 임대주택 혼합 단지가 분포한 지역일수록 평균 대비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며 전세 이중가격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이 올해 1월 5일부터 4월 30일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 7만4407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전세 실거래 3만8246건 중 신규 계약(1만7825건)의 중위 보증금은 5억8500만원이었다. 갱신 계약(1만9166건)의 중위값인 5억3000만원보다 5500만원 높았다.
지난해 집값 상승세가 컸던 한강벨트 주요 지역에서도 격차는 확인된다. 서초구는 신규와 갱신 계약 간 중위 보증금 차이가 2억원으로 가장 컸고 송파구는 8800만원, 동대문구는 7500만원, 성북구는 6000만원, 강남구와 성동구는 각각 5000만원 수준으로 뒤를 이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 110㎡(110동·24층)는 지난달 22일 17억원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었다. 같은 동 21층 같은 평형대가 같은 달 13억3000만원에 갱신 계약을 맺었다. 비슷한 조건에 있는 매물도 법정 인상률 5%에 묶인 기존 계약과 시장가가 반영된 신규 계약 간 격차가 3억7000만원까지 벌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갱신권을 소진한 임차인이 시장가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면서 전세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특히 신축 단지의 첫 갱신 주기가 돌아오는 2026~2027년부터 시장가 충격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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