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이 병원 현장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의약품 판매에 더해 환자 모니터링과 병원 시스템을 결합한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확장하는 흐름이다.
5일 한국디지털산업협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디지털헬스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8.7% 증가한 7조 7409억원을 기록했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다. 신약 개발에 비해 상용화 속도가 빠른 데다 제네릭 약가 인하 압박까지 겹치면서 제약사들이 앞다퉈 새로운 사업 축을 모색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대웅제약은 지난 2024년 디지털 헬스케어 전담 마케팅 사업부를 신설한 이후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앞세워 병원 내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핵심은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다. 심전도, 산소포화도, 호흡수 등 주요 생체신호를 24시간 수집·분석해 이상 징후 발생 시 의료진에 실시간으로 알림을 제공한다.
씽크는 국내 최초로 요양 급여를 획득하며 보급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설치 병상 수는 2023년 90개에서 지난해 누적 2만 개 수준으로 급증했다.
수익 구조는 사용량에 비례해 매출이 발생하는 형태다. 대웅제약이 병원으로부터 대금을 수취 후 개발사인 씨어스테크놀로지에 병상당 약 300만원 수준의 비용을 지급한다. 병동 단위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한번 도입되고 나면 지속적으로 매출이 발생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바탕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대웅제약의 관련 사업 매출은 지난해 509억원을 기록했으며, 회사는 올해 3000억원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업계에서는 해당 모델이 병원 시스템에 정착할 경우 교체가 쉽지 않은 만큼, 장기적인 사업 기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한양행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휴이노와 협력해 AI 기반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메모큐'를 상용화하고,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 공급을 시작했다.
메모큐는 입원 환자의 심전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중환자실 중심의 모니터링 기능을 일반 병동까지 확장한 것이 특징으로, 약 100개 병상에 적용될 예정이다. 병원 내 기존 통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도입 부담을 낮춘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유한양행은 앞서 장기 심전도 모니터링 시스템 '메모패치'를 통해 병원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세브란스병원에서 누적 검사 1만건을 넘기며 실제 활용 사례를 확보했다. 항암, 심혈관 등 주요 치료 영역에서 강점을 가진 만큼, 축적된 데이터가 신약 개발과 마케팅 전략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병원 내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데이터 축적 속도도 빨라진다"며 "이를 기반으로 기업 간 장기적인 사업 경쟁력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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