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마디 더봄] 폭포 위 잠비아 짐바브웨 국경 - 사람들을 만나고, 만난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윤마디 더봄] 폭포 위 잠비아 짐바브웨 국경 - 사람들을 만나고, 만난다

여성경제신문 2026-05-05 13:00:00 신고

사람들을 만난다. 만나고, 만난다.
2017년 7월 18일 / 맘보 백패커스 / 내 이름, 여름

셋이서 다시 빅토리아 폭포를 지나는 국경에 갔다. 택시는 국경 전 다리까지만 갈 수 있어서 우리는 내려서 등짐을 짊어지고 긴 다리를 건넌다. 빅토리아 폭포 옆을 공중에서 지나가는 것 같다. 다리 아래에는 폭포에서 쏟아져 내려서 다시 강이 된 잠베지강이 흘러간다.

택시에서 내린 순간부터 잠비아 남자들이 뭐라도 팔려고 끈질기게 쫓아오더니, 우리가 국경을 넘어가니까 다음엔 국적 없는 바분(Baboon)이 쫓아온다. 얘들이 배낭에 매달린 짐에 눈독을 들인 듯하다. 뭘 탐내는 거지? 세 걸음마다 한 번씩 뒤를 돌아보면서 걷다가 한 눈을 판 사이, 

퐈~!!
바분이 마이클 가방 주머니에 있던 립톤 레모네이드 봉지를 낚아채다가 놓쳐서 상큼달달한 가루가 공중에서 터져버렸다. 


@ 잠비아-짐바브웨. 빅토리아폭포 국경

어찌 될지 모르는 것들이 투성이다.
내가 빼놓고 왔는지, 아니면 잃어버린 건지 모르겠는 것들.
내일 문을 여는지, 내가 간다고 해서 원하는 날짜에 얻을 수 있는 건지,
돈이 있다고 해서 바라는 만큼 살 수 있는지, 
돈이 모자라도 어찌어찌 들어갈 수 있는지 그런 게 다 모르는 일들이다.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그 날의 할일이 전날 즈음엔 어찌어찌 정해지고 그렇게 나의 날들이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간다.


@ 맘보 백패커스

늦지 않게 출발한 줄 알았는데 국경에서 시간을 지체한 탓에 짐바브웨에 예상보다 늦게 떨어졌다. 해 떨어지는 게 불안불안하더니 금세 어두워졌다. 결국 마을을 찾아가는 도중 깜깜해져서 백패커스 간판이 안 보이는 상황. 지도는 거의 다 왔다고 하는데 집들 대문을 볼 수가 없어서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손전등 하나가 우릴 비춘다. 풍채 좋은 실루엣이 우릴 향해 소리친다.

"안녕! 너네 뭘 찾니?"
"안녕하세요! 우리는 여행자이고 맘보 백패커스를 찾고 있어요!"
"맘보? 아하하핫 아임 어 맘보(I'm a Mambo)! "

따스한 불이 켜진 리셉션 거실에 모두 가방을 풀어놓고 라탄 의자에 쓰러져 몸을 기댄다. 카펫에 알록달록 천이 예쁘기도 하지. 알록달록이 보이는 걸 보니 우리 오늘도 묵을 곳에 잘 찾아왔구나. 맘보는 왕이라는 뜻이다. 왕의 집에 찾아왔으니 마음이 푹 놓인다.

아프리카에는 별하늘이 일찍 찾아온다. 정원에 있는 낮은 패브릭 의자 위에 쪼그려 앉고 담요를 목끝까지 올려 덮은 채 뒤로 벌렁 눕는다. 이렇게 하면 고개를 쳐들지 않아도 바로 별을 볼 수 있다. 친구들을 향해서는 귀가 열려있고.

영국사람 매튜, 영국 대학에 유학간 싱가포르 사람 마이클, 그리고 대학을 제대로 못 나온 나. 의대생 둘은 잠비아 병원에서 몇 달간의 봉사활동을 끝마치고 2주간의 방학이 생겨서 여행을 하고 영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떠나는 날 폴티 타워에 있던 나를 여행 동반자로 받아주었다.

 힘든 병원 생활 동안 자기들끼리 여행가는 날만 기다렸을 텐데 내가 끼어든 거 아닐까? 폐 끼치지 않게 스스로 잘해야지. 내심 눈치가 보였는데 아이들이 나에게 영어 이름을 지어줬다. 여러 후보 중에서 내 이름 ‘선영’과 비슷한 어감, 또 내가 늘 웃는 얼굴, 밝은 에너지, 이런 게 여름처럼 따스하다면서 ‘썸머’를 골라주었다.

27년 내 인생 별명은 늘 '걱정 선영'이었는데! 지금 남들 눈에 비치는 나는 늘 웃는 사람이 된걸까? 남이 말하는 내 모습이 낯설면서도 그런 사람과 함께 여행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기에 설렜다.

나를 관찰하고 좋은 면을 캐치해서 애정을 담아 이름을 붙여준다는 것. 내가 얘네한테 민폐가 아니구나, 기분 좋은 일들을 가져다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한 축을 맡은 든든한 동행인이 된 것 같아서 안심하고 기뻤다.


SUMMER
이 이름은 여행 내내 사랑받는다. 내 소개를 하면 모두가 썸머? 하고 되묻는다. 네, 영어 이름이 썸머예요 하고 나는 두 번 말한다. 나는 마주한 이에게 여름을 가져다주는 사람이다. 내 미소가 여름 햇살 같이 보일 거라는 착각도 해본다. 이집트에서는 ‘써머르(Samar)’라는 여자 이름도 있어서 더 사랑받았다. 써머르는 ‘밤의 축제’라는 뜻이라서 나는 꽤나 잘 노는 여자가 되었다. 

바분(Baboon): 긴꼬리원숭이과에 속하는 개코원숭이를 말한다. 아프리카 국경이나 관광지에서 여행객의 짐을 가로채기도 하는 영리하고 대담한 동물이다.

백패커스(Backpackers): 배낭여행객들을 위한 저렴한 숙소로, 주로 도미토리(공동 침실) 형태와 공용 거실 등을 갖추고 있어 전 세계 여행자들과 교류하기 좋다.

라탄(Rattan): 종려과의 덩굴성 식물인 등나무를 엮어 만든 가구 소재다. 가볍고 통풍이 잘되어 더운 지역의 가구로 많이 쓰인다.

잠베지강(Zambezi River): 아프리카 중남부를 흐르는 강으로,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빅토리아 폭포가 이 강에 위치한다.

오늘의 여정 /구글 지도
오늘의 여정 /구글 지도

여성경제신문 윤마디 일러스트레이터
madimadi-e@naver.com

윤마디 일러스트레이터·작가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다. 여행 드로잉을 기반으로 서사를 만들어가는 에세이 작가로, 한 장소에서 사람이 기능하는 구조를 파악하고 개인의 경험을 통해 사회의 구조와 삶의 조건을 들여다본다. 현재 일본 여행기 <유니폼> 과 아프리카 여행기 <아프리카 그림일기> 를 연재하며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Copyright ⓒ 여성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