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들] 영어의 원적은 영국? 미국?…알고보면 독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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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들] 영어의 원적은 영국? 미국?…알고보면 독일인데

연합뉴스 2026-05-05 08:0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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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영어를 뜻하는 'English'의 뿌리는 게르만 부족인 앵글족(Angles)이다. 5세기, 로마 제국이 지금의 영국 브리튼 섬에서 철수하자 독일 북부에 살던 앵글·색슨·주트 세 부족이 바다를 건너 이곳으로 밀려들었다.

정착한 게르만계 주민들은 '앵글인'으로 불렸고, 그들의 언어는 'Englisc'를 거쳐 'English'가 됐다. 땅의 이름 역시 '앵글라 랜드(Engla land)'에서 '잉글랜드(England)'로 굳어졌다. 한 부족의 이름이 언어와 영토의 정체성을 동시에 규정한 셈이다.

하지만 모든 언어가 그러하듯이 영어는 한 부족의 고유 언어에 머무르지 않았다. 11세기 노르만족 정복 이후 300년 동안 노르만-프랑스어는 지배층의 언어로 군림했고, 르네상스를 거치며 라틴어와 그리어스가 유입됐다. 오늘날의 영어는 단지 영국인의 언어가 아니라, 유럽 내 국가와 부족 간 침략과 교류, 혼합이 켜켜이 쌓인 결과다.

아메리카 대륙 발견과 함께 영어는 대서양을 건넜지만, 독립전쟁 이후 새로운 고민에 직면했다. 영국으로부터 정치적으로 분리된 만큼 언어 역시 독립해야 한다는 인식이 등장한 것이다. 1828년 『미국 영어 사전』을 편찬한 노아 웹스터는 "독립국가라면 언어도 고유한 체계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국식 철자법을 정립했다. colour(색)가 color로, centre(중앙)가 center로 바뀐 것이 그 흔적이다.

영어를 '미국어(American)'로 바꾸자는 주장은 20세기 들어 제도화 시도로 이어졌다. 1923년 일리노이주는 '미국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했고, 연방 차원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제출됐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오래가지 못했다. 일리노이주는 1969년 공식 언어 명칭을 다시 English로 되돌렸다. 영어가 '미국식 영어'가 되어 독립의 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건국 250주년을 앞둔 지금, 이 해묵은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공화당 진영에서 영어라는 명칭을 '미국어'로 바꾸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언어의 국적을 통해 국가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이민자 사회를 하나의 기준 아래 묶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나 언어는 이름표를 바꾼다고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 뉴욕과 런던의 말은 억양과 어휘가 다르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뭐 하니?"와 부산의 "머하노?"는 글과 소리는 다르지만 의미의 뿌리는 같다. 서울 사람이 부산 자갈치 시장에 갔다고 해서 대화가 끊길 수 없다. 언어의 구조와 사고의 틀이 같기 때문이다.

앵글족의 한 방언에서 출발한 영어는 대륙 간 이동과 확산을 거치며 인류 공통의 자산이 됐다. 영국이 영어를 '현세 영국인들이 쓰는 언어'로 규정하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트럼프식 정치가 이민을 막고 '미국식 영어'를 제도로 만들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영어의 아버지가 독일어라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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